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진행된 취임선서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문화방송 유튜브채널 화면 캡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진행된 취임선서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문화방송 유튜브채널 화면 캡쳐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어느 정부에서든 통용되는 ‘인용구’이지만, 특히 지금 이재명 정부에겐 더욱 무게가 있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는 단순한 정책이 아닌 ‘체제 전환’ 수준의 시스템 개편을 국정 어젠다(agenda)로 내세웠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 철학은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다. 민의를 따르고 민생에 귀 기울이는 정치야말로 바른 국정이다. 그러나 그것은 곧 국정을 책임질 인사들이 국민을 대신해 얼마만큼 유능하고 통찰력 있게 움직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새로 신설될 ‘기후에너지부’의 초대 장관 인선은 이재명 정부 5년, 나아가 대한민국의 에너지·기후 체계 30년을 좌우할 중대 분수령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니다. 에너지 대전환 역시 단순한 산업정책 차원을 넘어선다. 탄소중립 시대, 기후·에너지 정책은 국토개발·재정·산업·복지·외교를 아우르는 국가 운영의 중심축이다.

윤석열 정부 3년은 우리에게 하나의 교훈을 남겼다. ‘컨트롤타워 부재’가 정책 신뢰를 얼마나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기후에너지부에 대한 국민 기대가 크다. 그 중심에 초대 장관이 있다.

초대 기후에너지부 장관은 단순한 행정수장이 아니다. 국가 시스템 전환을 이끄는 ‘퍼스트 엔지니어(First Engineer)’이자, 전환 정책을 실현하는 총괄 설계자다. 따라서 다음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이 기용돼야 한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에 대한 철학과 전문성 △부처 간 이기주의를 넘어서는 정책 조정 및 통합 역량 △국민과 국회를 설득할 수 있는 정무적 감각과 메시지 파워 △국제사회와 기후외교를 이끌 협상 및 외연 확장력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런 인물이라면

그런 면에서 몇몇 인사가 눈에 띈다. 먼저, 이 대통령이 정무형 인선에 비중을 둘 경우, 3선의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전 정책위의장이 신설 기후에너지부 장관 1순위로 꼽힌다.

김 의원은 ‘에너지 전환 정치인’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정의로운 전환’과 RE100, ‘그린뉴딜’ 설계에 깊이 관여한 바 있는 김 의원은 국회와 시민사회는 물론 당내 리더십 모두를 아우르는 실무형 정치인이다.

김 의원이 2013년 재선 서울 노원구청장 당시 추진한 ‘에너지 제로 하우스’ 사업은 정부의 녹색성장 공모에 선정되기도 했다. ‘환경구청장’으로 불렸던 그를 두고 이 대통령과 정책 호흡이 가장 잘 맞는 인물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운동가 출신인 재선의 민주당 이소영 의원도 주목된다. 2009년 사법시험 합격 후 유명 법무법인의 ‘환경-에너지팀’에서 활동하던 이 의원은 2016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을 변호하라고 하자 곧바로 사표를 던지고 환경운동에 뛰어든 인물이다.

이후 기후변화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사단법인(기후솔루션)을 설립, 석탄 발전에 대한 공적기금 투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일명 ‘석탄금융’ 프로젝트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에 영입돼 2020년 총선에 출마, 국회로 진출했다.

왼쪽부터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투데이에너지 편집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이소영 의원,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투데이에너지 편집

비교적 젊은 나이(1985년생)인 이 의원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며 미래세대와 시민사회가 기대하는 기후 리더로 평가받는다. ‘전문성과 메시지 발신력을 동시에 갖춘 젊은 정치인’으로, 관료 체계 장악 경험은 미지수다.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인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도 눈에 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과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장 등을 지낸 윤 교수는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의 철학을 실천해온 전문가다.

학계·정부·시민사회를 아우르는 정책설계 경험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 윤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전략 수립 주역 중 한 명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철학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정책 추진 속도는 다소 보수적일 수 있으나, 사회적 합의와 균형 감각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외 글로벌 비영리단체 오션에너지패스웨이(OEP) 장다울 한국대표와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도 해당 분야의 전문적 식견과 실무 경험을 갖춘 인물로, 정책설계는 물론 국제 협력과 현장 실행 측면에서 기후에너지부 초대 장관직 수행에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국민 낙하산’ 인재 쓸 때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기후위기 대응은 생존의 문제이며, 에너지 전환은 대한민국 산업 구조의 재설계 작업”이라고 천명해왔다. 그 말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는 ‘사람’을 바로 세우는 게 그 출발점이다.

국민은 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논공행상’을 경계해야 한다. 천거(薦擧)라는 말이 있다. 좋은 뜻으로 인재를 추천해 등용케 한다는 의미다. 반면, ‘낙하산’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일은 정치의 시작이자 끝이며, 국가 운영의 핵심이다. 그러나 그 선택이 능력보다 ‘공신록’에 따른 보상 성격으로 비치는 순간, 정권의 방향은 흔들리고 국민 신뢰는 멀어질 것이다.

‘국민 낙하산’은 새 정부가 내세운 ‘국민주권정부’ 기조와도 일정 부분 맥이 닿아 있다. 인사는 곧 국정의 철학이며, 리더십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잣대다.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를 국민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 사람 하나가 길을 열고, 사람 하나가 판을 바꾼다. 그렇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