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석탄발전 투자에 대한 의견./ 기후솔루션 제공
국민연금의 석탄발전 투자에 대한 의견./ 기후솔루션 제공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국민 절반 가까이가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축소를 요구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단순한 환경적 고려를 넘어 기후 리스크가 연금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경제적 리스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기후행동 연대체 소속 시민단체인 기후솔루션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기후변화·에너지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4%가 국민연금의 석탄 발전 투자 축소(완전 중단+점진 축소)를 요구했다. 반면, ‘투자 확대’에 찬성한 응답자는 24.7%에 그쳤다.

특히 40~59세 중장년층의 50%, 청년층(18~39세)의 38%가 ‘투자 축소’에 공감했으며 연령대별로도 석탄 투자 확대를 지지하는 응답은 20%대를 넘지 못해 전 세대에 걸쳐 국민연금의 탈석탄 행보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기후·환경뿐 아니라 “투자 리스크 우려”까지 확대된 인식

석탄 발전 투자 축소에 찬성한 이들은 △기후 변화 대응(23.2%) △미래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투자 리스크(22.0%) △환경오염 우려(20.9%) 등을 이유로 꼽았다.

단지 ‘환경 문제’에 머물지 않고 석탄 기업 투자가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수익성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석탄 투자 확대를 지지한 응답자들은 △‘에너지 수급 안정성’(22.9%) △‘국가 에너지 안보’(18.9%) 등을 강조했으나, 이들의 주장은 절대다수의 국민 인식과는 거리를 보였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2024년 말 기준, ‘석탄 관련 매출 50% 이상’ 기업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투자 제한 전략을 도입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에는 유예기간을 주고, 글로벌 연기금 대비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그린워싱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수익성만큼 중요한 ‘국민 공감’과 ‘기후 책임’

이번 조사에서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 시 고려해야 할 기준으로 ‘수익성’(40.5%)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나, ‘국민적 공감과 합의’(28.5%)와 ‘ESG 책임’(24.4%)을 합친 비율(52.9%)이 이를 웃돌았다.

수익성만이 아닌 ‘사회적 책임’이 연금 운용의 주요 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기후솔루션 제공
기후솔루션 제공

특히 2030세대는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비율이 47%로 가장 높았으나, 50대 이상은 ‘국민 공감’과 ‘ESG’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청년층이 연금 고갈 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위협할 수 있는 기후 리스크에 대해서도 점차 경각심을 높이고 있는 분위기다.

기후솔루션의 황보은영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기후 변화를 중점관리사안으로 지정하고 지난해 말 석탄투자 제한전략을 발표하는 등 기후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하면 규모나 실효성, 투명성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는 이미 경제와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재 진행형의 리스크”라며 “이제는 선언적 단계를 넘어 포트폴리오 내 기후 취약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식별하고, 주주권을 활용해 기업에 중장기 전략과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 무시한 투자가 결국 수익성 저하 불러”

실제로 국민연금의 주요 투자처인 한국전력공사, 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 등은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기관들로부터 기후 리스크를 이유로 잇따라 투자 대상에서 배제되거나 투자를 축소당하는 실정이다.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 LGIM은 “석탄사업 운영 계획이 2050 넷제로 목표와 맞지 않는다”며 5년 연속 한전에 대한 투자를 배제했고, 포스코홀딩스 역시 유럽 30개 금융기관에서 투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총장은 “국민연금 금융배출량의 상당 부분이 화석연료 및 철강 등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에 대한 투자에서 나온다”며 “기후 리스크는 기업 가치 하락과 좌초자산으로 작용해 결국 연금 수익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금융배출량 감축을 위해 기후친화적인 포트폴리오로 재조정하거나,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유도하는 적극적 기후행동에 나서야 할 이유”라고 덧붙였다.

◇선언 넘어 실천으로...스튜어드십 강화해야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개정해 기후변화를 중점관리사안으로 포함시켰지만, 2024년 10월 기준 실제로 중점관리기업을 지정하거나 주주활동에 나선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운용자산 120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3위 공적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기후 문제를 단순 환경이 아닌 ‘연금의 생존 문제’로 받아들이고, 투자기준을 보다 실질적이고 책임감 있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