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대 배출원인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위한 핵심 열쇠는 ‘국산 그린수소’ 조달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정부가 현행 수소경제 로드맵에서 산업용 수소 수요를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수입 중심 전략을 지속할 경우 철강 생산 경쟁력 상실은 물론 국가 에너지안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후솔루션이 26일 발표한 ‘수소환원제철 국내 정착을 위한 핵심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철강 산업의 온실가스를 85% 이상 감축하기 위해선 연간 약 405만톤의 그린수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 정부 수소 공급 계획은 산업용 수요를 포함하지 않은 채 발전·수송 부문 중심으로 짜여 있어, 산업현장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수소 조달 방식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다. 가장 큰 차이는 생산원가다. 2050년 기준, 철강 1톤당 생산비용은 △시나리오1: 수소 80% 이상 해외 수입 시 153만원 △시나리오3: 국내 생산 시 95만원으로, 최대 59만원(38%)의 원가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소 1kg당 조달단가 차이에 기인한다. 보고서는 “수입 수소의 경우 액화·운송·기화 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2050년 1kg당 2만원 이상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생산 체계를 구축할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와 연계해 5,700원 수준까지 단가 하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 김다슬 연구원은 “그린수소와 재생에너지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정부가 강조하는 해외 재생에너지·수소 개발은 점점 심화되는 이상기후와 예측불가한 국제 정세 속에서 오히려 에너지안보를 저해하는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상용화돼도 연료 조달이 불가능하다면, 정부가 약속한 철강 온실가스 감축도 현실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린수소 실증사업 병행해야”

실제로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등으로 저탄소 공정 도입은 산업 경쟁력 확보의 필수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는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철강 수출경쟁력 유지와 탄소 규제 리스크 회피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현 정부가 수소 수입가를 액화·기화비용 등 주요 요소를 제외한 채 과소평가해 수입수소의 경제성을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내 생산 기반 구축의 편익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현재 독일,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그린수소 조달을 위한 보조금과 세제지원, 차액계약(CfD) 도입 등 실질적인 정책 수단을 이미 가동 중이다. 독일은 티센크루프 수소환원제철 설비에만 약 24조원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투입했으며,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그린수소 1kg당 최대 3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 권영민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그린수소 국산화를 통한 수소환원철의 국내 생산 확대는 한국 수소경제 실현을 촉진해 에너지안보 강화는 물론, 신규 인프라 건설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제2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철강 등 산업부문 수요 예측과 공급 로드맵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차 계획이 발전과 수송 위주로 짜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산업계 수요를 고려한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지역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 실증사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 풍력 기반 그린수소 실증처럼, 포항 신광 풍력단지에서도 실증을 통해 수소환원제철 사업과 연계해 2026년부터 실효성 높은 상용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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