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파이프라인./ 게티이미지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게티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한국 공공금융기관의 해외 가스전 투자에 대해 시민사회가 법적 대응에 나선 가운데,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접근 방식이 신중해야 한다는 미국 현지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국내 시민단체들은 모잠비크 코랄 노스 FLNG 사업과 관련해 “헌법상 환경권, 탄소중립기본법, 파리협정 위반”을 이유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반해, 미국과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LNG 사업은 수익을 넘어선 전략적 자산”이라며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처럼 해외 가스전 투자를 둘러싼 한국 내 시민사회와 전략 안보 관점의 찬반 여론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에너지경제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가 내놓은 신중론 보고서가 새로운 균형점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후운동진영 “공공자금으로 생태학살...헌법 위반”
기후솔루션과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잠비크 코랄 노스 FLNG 사업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소송에는 한국 청년기후활동가 3명과 모잠비크 NGO ‘JA!’도 공동 원고로 참여했다.

문제의 사업은 모잠비크 북부 해상에서 연간 350만 톤의 LNG를 생산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이미 같은 지역 ‘코랄 사우스’ 사업에 약 18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으며 이번에도 유사 규모의 금융 지원이 추진되고 있다.

시민사회는 이를 “기후위기를 수출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채원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는 “이 사업은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생태학살”이라며, “한국 공공기관이 기후취약국 주민의 삶을 파괴하는 구조적 불평등의 공범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도 “이번 소송은 단순한 투자 반대가 아니라, 공적 금융이 국제기후책임과 인권기준에 부합하도록 작동하게 하려는 최소한의 제동장치”라고 밝혔다.

◇“알래스카 LNG는 국가 전략자산”...국내 안보·산업계는 정반대 시선
한편,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주요 수요국으로 지목한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 여부를 놓고서는 전략적 관점의 ‘설계자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에너지안보환경협회 콜로키엄에서 전문가들은 이 사업을 “단순한 수익률이 아닌 지정학적 지렛대”로 평가했다.

한국의 미국 LNG 수입량/ IEEFA 홈페이지
한국의 미국 LNG 수입량/ IEEFA 홈페이지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알래스카 LNG는 미국의 에너지 지배전략(Energy Dominance Strategy)의 핵심 도구”라며 “상류에서 하류까지 전주기 통합형 에너지 사업이며, 한국은 ‘구조 설계자(Architect)’로서 초기부터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협회장도 “수익률만 보고 판단하면 외교 협상에서 수세에 몰릴 수 있다”면서,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는 무역, 군사, 북극항로 등 복합 외교 자산으로 연결되는 중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IEEFA “탄소중립 고려해 신중 접근 필요...한국 LNG 수요 감소 전망”
이처럼 찬반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에너지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지난 23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의 LNG 사업 참여에 경제적 타당성을 우선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IEEFA는 “한국은 LNG 구매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 에너지 수급 전략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한국 내 LNG 수요 감소 추세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2050 탄소중립 목표를 근거로 들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의 LNG 수입량은 2030년대 중반까지 20%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추가 수입 결정은 무역이나 지정학보다는 장기 경제성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래스카 LNG는 1300㎞ 송유관 건설과 니키스키 항 액화설비 구축이 포함된 대규모 프로젝트로, 총사업비만 450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가스공사 및 민간 기업의 참여가 검토되고 있으나 LNG 가격 변동성 및 미국 생산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 공공금융의 해외 LNG 투자에 대해 기후책임과 전략자산이라는 두 관점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선택이 에너지 전환 시기 국익과 윤리 사이의 미묘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후위기의 시대에 공공자금이 어디에 쓰이는가가 미래세대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그 책임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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