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단순히 수익률만 따지면 국익도, 기술도, 전략적 레버리지도 놓치게 된다.”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를 통해 제안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에 대해 “한국은 단순한 경제성 검토를 넘어 초기 설계 단계부터 전략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사단법인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18일 오후 2시 협회 회의실에서 제10차 에너지안보 콜로키엄을 개최, ‘가스산업 관점에서 바라본 알래스카 LNG 사업’을 주제로 한 심층 논의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미국과의 ‘줄라이 패키지’ 협상이 임박한 가운데 열려 주목을 끌었다. 콜로키엄에는 가스산업 관계자, 자원개발 기업, 외교·안보 전문가, 외신기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참석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본질과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향을 집중 조명했다.
“단순한 경제적 선택지 아냐”
발제를 맡은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알래스카 LNG는 단순한 사업 제안이 아니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지배전략(Energy Dominance Strategy)’을 실현하는 핵심 도구”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사업은 상류(탐사·생산)부터 중류(파이프라인·액화시설), 하류(수출·기화·소비)까지 연결된 ‘전주기 통합형 에너지 사업’이며, 미국이 아시아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지정학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알래스카는 미국 내 마지막 미개발 대형 가스전으로, 파나마 운하를 우회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갖춘 전략적 요충지다.
신 교수는 “한국은 LNG선박, 플랜트, 파이프라인, 기자재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가스 구매국이 아니라 기술·자본을 앞세운 구조 설계 참여국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계자로 나서 전략적 주도권 확보해야”
이웅혁 협회장도 “이 제안이 사실상 거절할 수 없는 전략적 제안이라면, 한국은 단순 구매국이 아닌 사업 설계자(Architect)로서 구조적 개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익률만 보고 판단하면 결국 미국과의 외교 협상에서도 소극적 수세로 몰릴 수 있다”며 “가스 계약을 넘어 주한미군 문제, 무역 협상, 북극항로 접근 등과 연결된 외교·안보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회장은 “한국이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주도권을 확보하면, 한미 기술동맹은 물론 동아시아 에너지 블록의 구조적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며 “그 자체가 국익 극대화를 위한 외교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LNG 산업의 복잡성과 고위험성을 지적하며 “LNG는 탐사, 냉각·압축, 수송, 재기화 등 전 과정이 고도의 기술과 자본에 의존하는 자본 회수형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성만 따질 것이 아니라 구조적 리스크 관리와 장기 전략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익 실현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구조인 만큼, 사업 초기에 설계 방향과 계약 구조, 공급망 설계 등에서 주도권을 갖지 못하면 위험은 크고 이익은 적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독 대응보다 국제 컨소시엄 전략 필요”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국제 컨소시엄 구성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이 단독으로 전 사업을 부담하는 대신, 민관 협업과 산업 간 분업 구조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고 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알래스카 LNG는 플랜트 설비, 강관, 자동제어 시스템, LNG 운반선 등 중후장대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크다”며 “글로벌 수주 경쟁력과 기술 트랙 레코드 확보 측면에서도 전략적 기회가 된다”고 덧붙였다.

“알래스카, 북극 해양질서 중심축”
이웅혁 회장은 “알래스카는 북극자원·극지 인프라·해양물류 회랑이 교차하는 전략 지점으로, 향후 북극항로 개방과 맞물려 한국의 지정학적 위상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제성 외에도 외교·안보·기술적 관점에서 다층적 참여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수익률만 따지는 수동적 수용자에서 벗어나, 사업의 기획자·설계자·주도자로 변모해야 한다”며 “한국이 가진 기술·자본 역량을 총동원해 지정학적 주도권을 확보하는 포지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다음 달 2일 제11차 콜로키엄을 예고하며 ‘에너지 자원 안보 측면에서의 인접국가 간 해양관할권 동향: 한중 및 한일 사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고명석 부경대 교수가 발제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 李 대통령 “에너지 안보·광물 공급망 협력에 적극 동참”
- 한국 LNG 수입, 호주·미국·카타르 3국 비중 65%↑
- [이슈] 이란-이스라엘 충돌의 뿌리: 핵 위기와 중동의 불안
- 이집트, LNG 수입국으로 완전 복귀…쉘 등과 290카고 계약 체결
- “에너지 안보·산업 전략·기후 대응 해법은 원전뿐”
- ‘핵 자강론’ 불붙은 한국...美 민감국가 지정, 에너지·안보 패러다임 흔들어
- 에너지안보환경협회, 제7차 콜로키엄 개최
- 에너지안보환경協, 6차에너지안보콜로키엄
- 에너지안보환경協, 5차 에너지안보 콜로키엄 개최
- [심층]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 “국가전략자산 vs 기후 역행”...국내외 찬반 양론
- 글렌파른-PTT, 20년 장기 LNG 계약 체결
- 에너지안보환경協, 한중·한일 해양관할권 전략 대응 ‘콜로키엄’ 개최
- 중국의 ‘해양굴기’, 서해까지 확장...“한국 해양 에너지 주권, 지금 침묵하면 끝장”
- [진단] “중동 위기, 에너지 공급망 뒤흔든다...한국형 대응 전략 재점검 시급”
- 미국, 일본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공동 개발 추진
- 트럼프, 알래스카 석유개발 재시동…2300만 에이커 시추 전면 개방
- 北-러 파병 거래, ‘정제유 공급선’이 한반도 에너지 안보 흔든다
- “KEDO의 교훈에서 배우는 남북 에너지 협력”
- 알래스카 가스 파이프라인, 연말 FID 임박
- 美, IMO 선박 탄소감축안 반대…"관세·비자 제재 불사"
- 일본, Alaska LNG 프로젝트 검증 착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