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2일 서울 구로구 협회 사무실에서 제11차 콜로키엄을 개최, 해양 자원과 군사 안보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 직속 ‘국가해양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데이에너지
사단법인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2일 서울 구로구 협회 사무실에서 제11차 콜로키엄을 개최, 해양 자원과 군사 안보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 직속 ‘국가해양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데이에너지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서해에 세운 중국 구조물은 단순한 양식장이 아니다. 경계선이 불확실한 수역에 ‘군사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해양 자원과 군사 안보를 동시에 겨냥한 구조적 침투다.”

2일 열린 사단법인 에너지안보환경협회 제11차 콜로키엄에서 고명석 부경대 교수는 이렇게 주장했다. 고 교수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강행해온 인공섬 전략과 군사기지화 전술이 이젠 서해로 올라오고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중국은 최근 서해 북위 34도 부근 한중 잠정조치수역 경계에 ‘선란 1·2호’라는 해양 구조물을 설치했다. 표면상으론 해양 양식시설이지만, 고 교수는 “영향력 확보와 실효지배 시도”라며 “군사적 우위를 선점하고 자원 채굴까지 노리는 다층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이대로 두면 서해는 중국 바다 돼”
이날 열린 콜로키엄은 단순한 학술 행사를 넘어섰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지금처럼 조용히 넘기면 국제법상 ‘권리포기(acquiescence)’로 간주돼 해당 수역의 자원 주권을 사실상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웅혁 협회장(건국대 교수)은 “서해는 천연가스와 해저광물 등 자원 잠재력뿐 아니라 해상물류의 생명선”이라며 “지금이야말로 한국의 주도적 해양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중국의 야심이 ‘법과 외교의 회색지대’를 파고든다고 규정한다. 특히 문제는 ‘중국 해경법’이다. 고 교수는 “이 법은 국제해양법상 존재하지 않는 ‘관할해역’ 개념을 들이밀어 중국 해경이 외국 선박을 나포하고 퇴거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질서의 균형을 파괴하면서도 겉으로는 ‘합법’을 주장하는 중국 특유의 기만술이 바다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단법인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2일 서울 구로구 협회 사무실에서 제11차 콜로키엄을 개최, 해양 자원과 군사 안보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 직속 ‘국가해양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데이에너지
사단법인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2일 서울 구로구 협회 사무실에서 제11차 콜로키엄을 개최, 해양 자원과 군사 안보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 직속 ‘국가해양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데이에너지

◇7광구 공동개발 한일협정 종료 목전..기민해지는 일본
이 같은 상황은 중국만이 아니다. 일본의 행보 역시 심상찮다. 1978년 체결된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JDA)은 지난달 22일 이후 언제든 일본의 일방적 통보로 종료될 수 있다(2028년 만료).

고 교수는 “이미 일본은 단독 해양조사를 벌이며 협정 종료 이후를 준비 중”이라며 “국제해양법상 중간선 원칙에 따라 7광구 대부분이 일본 관할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웅혁 회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실효 지배가 강화된 일본에 협정 연장조차 유리해지는 상황”이라며 “대륙붕 자연연장설 포기 없이 조광권 지정과 공동조사 제안 같은 권원 행사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대형 해경 경비함 상시 배치와 해양영역인식(MDA) 체계 고도화를 통해 실질적 존재감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군사적 억제 전략과 ‘국가해양위원회’ 신설 절실
“중국 해경법의 모호한 논리와 중무장한 해경선에 맞서기 위해선 해양수산부 혼자 대응할 수 없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대응 체계가 ‘분절적’이라며 전방위적 협업이 가능한 국가 전략 거버넌스 필요성을 제기했다.

고 교수는 “미국은 백악관 해양정책위원회, 일본은 총리실 직속 종합해양정책본부가 해양전략을 조율한다”며 “한국도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 ‘국가해양위원회’를 설치해 외교, 자원, 안보, 기술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침묵은 곧 상실...지금 아니면 영원히 늦는다”
이날 토론 결과를 종합하면, 현재 중국과 일본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이 침묵하는 사이 서해와 남해는 점점 ‘남의 바다’가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기(失期)하면 자원은 소리 없이 뺏기고, 해양주권은 법적 틀 속에서 서서히 사라진다는 경고다.

에너지 자원 안보는 더 이상 개발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보와 외교, 전략과 기술이 얽힌 총체전이다. 이번 콜로키엄은 그 출발을 알리는 경종이자 한국이 선택을 미뤄서는 안 되는 시점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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