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16일 ‘중동 전운과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주제로 제12차 에너지안보 콜로키엄을 개최했다./ 에너지안보환경협회 제공
사단법인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16일 ‘중동 전운과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주제로 제12차 에너지안보 콜로키엄을 개최했다./ 에너지안보환경협회 제공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에너지·핵·군사위기가 동시에 터지는 복합 상황을 상정한 시나리오, 지금부터 바꿔야 한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 충돌이 현실화된 가운데, 한국의 에너지 공급망이 중동 리스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되짚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단법인 에너지안보환경협회(회장 이웅혁)는 16일 ‘중동 전운과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주제로 제12차 에너지안보 콜로키엄을 열고, 한국형 위기대응 전략의 총체적 재점검을 촉구했다.

행사는 중동 정세와 에너지 공급망, 핵확산과 경제적 파급 등을 주제로 전문가들의 다층적 진단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달 21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정밀 공습 이후 전쟁이 실질적 확전 국면에 들어서며 에너지와 안보 위기가 한데 얽힌 ‘복합위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김선표 전 주UAE공사(국제법 전공)는 “미국은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한 군사행동이라 주장하지만, 이면에는 중동 석유자원과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전략적 셈법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사단법인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16일 ‘중동 전운과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주제로 제12차 에너지안보 콜로키엄을 개최했다./ 에너지안보환경협회 제공
사단법인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16일 ‘중동 전운과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주제로 제12차 에너지안보 콜로키엄을 개최했다./ 에너지안보환경협회 제공

◇‘원유 수도꼭지’ 카르그 섬...세계 경제 흔들 ‘핵심 뇌관’
이번 사태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대화하는 지점은 이란 원유 수출의 90% 이상이 집중된 카르그(Kharg) 섬이다.

“이 섬이 타격당하면 이란 원유는 사실상 전면 봉쇄되고, 이란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원유시장에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김 박사는 분석했다.

이웅혁 회장 역시 “카르그 섬이 실제로 공격당하지 않은 이유는 오히려 전략적”이라며 “이란이 생명선인 원유시설을 공격당하면 협상 대신 무력 대응에 나설 명분을 얻고, 국제법상 민간 인프라 공격이라는 전쟁범죄 논란까지 생기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특히 한국이 이런 글로벌 복합위기에 너무 무방비하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단순한 휴전이나 국제유가 완화만 바라볼 게 아니라, 중동 위기와 직결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합위기 대응을 위한 다섯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수입선 다변화: 중동 편중 구조에서 점진적 탈피 △비축유 스와프 체계: 한국·일본·대만 공동구매 및 상호지원망 구축 △민간 비축 확대: 정유사, 발전사 등의 법정 비축량 점진 확대 △복합위기 모의훈련 강화: 정부-기업-금융·해운사 공동 참여, 실전 중심 시나리오 △대체에너지 체질 개선: 원자력·LNG·수소·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이다.

이 회장은 “정부의 비축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위기 시 실제 작동할 민관 공동대응체계가 있어야 한다”면서 “단기적 유가 대응보다 중장기적인 에너지 구조 개편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16일 ‘중동 전운과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주제로 제12차 에너지안보 콜로키엄을 개최했다./ 에너지안보환경협회 제공
사단법인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16일 ‘중동 전운과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주제로 제12차 에너지안보 콜로키엄을 개최했다./ 에너지안보환경협회 제공

◇“한국 경제, 중동 흔들리면 같이 흔들린다”
이날 논의에선 과거 한국과 이란 간 에너지 교역 관계도 집중 조명됐다. 김 박사는 “2008년 한-이란 교역은 120억 달러, 2011년엔 174억 달러까지 갔던 주요 수입선이었다”며 “현재는 제재로 막혀 있지만, 여전히 구조적 리스크가 잔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사우디의 증산 소극,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 전망,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 20% 이상 상승 등은 이미 위기가 현실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콜로키엄을 주최한 협회는 “이스라엘-이란 간 휴전만으로 에너지·물류·핵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며 정부와 기업 모두 비정형 복합위기에 대비한 시나리오 전환과 실전형 훈련체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다음달 6일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에너지 자원 맞교환’을 주제로 제13차 콜로키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www.esea.or.kr)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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