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수영장’ 의혹이 불거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시설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개 수영장’ 의혹이 불거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시설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사용하던 한남동 관저 정원에 이른바 ‘개 수영장’으로 의심되는 시설물이 설치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지난 2년 동안 윤 정부가 대기오염 관리 등의 환경예산을 2조원 가까이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돈은 여야 합의에 따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실제로는 쓰지 않은 이른바 '불용 예산'으로, 윤 정부가 30조원이 넘는 세수 결손을 만회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미집행한 게 아니었느냐”는 의혹을 낳는다.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성호(더불어민주당)·차규근(조국혁신당) 의원에게 제출한 ‘2024년 세수결손 대응 집행 관련 불용’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의 대기오염 발생원 관리(9600억원), 상·하수도 관리(약 2300억원) 예산을 합쳐 1조2000억 규모가 미집행됐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환경 관련 예산이 대규모로 미집행된 가운데, 관저 조경 리모델링과 ‘개 수영장’ 설치 의혹이 불거진데 대해 환경 현장의 일선 전문가들은 “국민을 위한 예산은 안 중에도 없이 ‘정원 꾸미기’에만 몰두한 것”이란 냉소를 쏟아낸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통상적 불용일 뿐 세수결손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환경·청년 지원 등 민생 예산을 대거 집행하지 않은 데 대한 해명으론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차규근 의원은 “의료급여 본예산 5000억원이 불용된 건 정부가 의료급여 적립금에서 먼저 끌어다 쓴 결과”라며 “세수결손 대응을 위해 본예산 집행을 의도적으로 줄였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의 예산 불용률은 지난해 전체 세출(12조6483억원) 중 9.45%에 달해 기재부(36.07%), 교육부(10.64%), 행정안전부(10.22%)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 SNS 화면
윤석열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 SNS 화면

“재정 여건 따라 국민 복지 희생한 결과”
다만 기재부와 교육부, 행안부의 불용 사유는 예비비 및 교부세 조정 등 구조적인 요소가 많았던 반면, 환경부는 실질적인 사업 집행 미비가 주요 원인이었다. 특히 대기오염 예산은 2년 연속 집행되지 않아 누적 불용액이 1조5000억원을 넘긴 상황이다.

정성호 의원은 “2년간 세수결손이 87조원에 이르는 마당에 이 정도 규모의 예산 불용이 단순한 행정 실패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국 예산 집행을 통해 취약계층에 돌아갈 혜택까지 축소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환경 예산 외에도 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5000억원), 기초연금(3900억원), 청년고용지원(3000억원), 군 장병 급식비 및 복지예산(3000억원) 등 각종 민생 예산이 줄줄이 집행되지 않았다.

어린이집 환경 개선 사업, 과학기술 기반 구축 등 미래투자 분야에서도 수백억원이 불용됐다.

이 때문에 한편에선 ‘개 수영장’ 논란이 불용 사태 ‘부조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국민 필수 예산은 남겨둔 채 권력층의 개인적 공간에는 아낌없는 지출이 이뤄졌다는 국민 인식은 정부의 재정 운용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차 의원은 “의료급여, 기초생활급여 같은 복지 예산은 과거에는 불용이 거의 없던 항목이었다”며 “세수결손이 없었다면 집행에 문제가 생길 이유가 없었다. 이는 단순한 수요 예측 실패가 아니라, 재정 여건에 따라 국민 복지를 희생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세수펑크’에 따른 허리띠 졸라매기는 불가피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이 누구였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민은 냉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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