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국회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를 중심으로 각각 조직 개편 법안이 발의되면서 정책 중복과 부처 간 이해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안의 핵심 쟁점과 각 법안의 입장을 짚고, 실효성 있는 기후 거버넌스 체계를 위한 해법을 모색해본다. / 편집자 주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두 가지 상반된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의되면서 정책 중복 및 부처 간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된다. 단순한 조직 신설이 아닌, 국가 기후 전략의 ‘거버넌스 재설계’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회(산자위) 허성무 의원(더불어민주당, 창원시성산구)이 ‘기후에너지부’ 신설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보다 앞선 2월24일엔 같은 당 박정 의원(파주시을, 환경노동위원회)은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전환하고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허 의원은 산업부 내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주장하며 기후와 에너지 정책 통합 및 산업경쟁력 확보를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박 의원은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확대, 개편하고 부총리급으로 격상해 기후 리더십 강화와 범부처 조정 기능 확대를 핵심으로 강조한다.
두 안 모두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지만 하나는 에너지·산업 중심(허성무), 다른 하나는 생태·조정 기능 중심(박정)이라는 점에서 근본 철학이 다르다.
허성무 의원은 ‘기후에너지부’ 신설 법안을 통해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한 부처에서 총괄해야 정책 시너지 극대화와 산업 주도권 확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허 의원은 <투데이에너지>와의 인터뷰에서 기후와 에너지 정책의 통합 운영을 통해 산업 생태계 전환과 국제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MR(소형모듈원자로), 수소, 스마트그리드 등 신산업 전반을 총괄하는 중앙부처로서의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그는 “기후위기는 산업, 안보, 일자리와 직결된 전략 문제”라며 “기존 산업부 체계로는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감당하기 어렵다. 태양광·풍력 산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주도권 있는 부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기후환경부’의 부총리급 격상을 통해 부처 간 조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 박정 의원은 기후위기를 ‘생존의 문제’로 규정하며 “기후는 에너지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 기후재난, 생물다양성, 순환경제 등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또 COP(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등 국제무대에서의 협상력을 위해서라도 조직 위상을 격상해야 하며, 정책 추진의 일관성을 위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간사 부처를 환경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특히 “에너지 전환은 기후대응의 한 축일 뿐이다. 기후 전반을 포괄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면서 산업 중심의 기후에너지부 안에 대해 “기후정책이 산업 논리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정책 이끌 독립적 리더십 시급”
“기후위기는 단순히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국가의 생존 전략이자 경제·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 과제다.”
박정 의원은 ‘기후환경부’ 명칭 변경과 부총리급 격상 필요성을 강하게 강조하며 “현재의 행정시스템으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 기후정책을 통합 조정하고 이끌 수 있는 독립적 리더십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현재 환경부의 권한과 구조만으론 국가 전체의 기후정책을 조정, 추진하는 데 실질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기후위기는 산업·국토·농업·교통 등 모든 정책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환경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부총리급 위상을 가진 ‘기후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여러 부처와 이해당사자 간 조율이 가능하고, 정책의 일관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최근 국제사회에서의 기후 리더십 경쟁을 언급하며 “미국은 대통령 기후특사직을 신설했고 유럽연합(EU)도 집행위원회 고위직이 기후와 에너지 전환을 총괄하고 있다. 일본 역시 환경성과 경제산업성이 공동으로 기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이 글로벌 기후연대에서 신뢰를 얻고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선 지금이 구조 개편의 골든타임”이라고 역설했다.
박 의원은 기후환경부로의 명칭 변경을 단순한 ‘이름 바꾸기’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는 범국가적 기후 대응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선언이자, 기후위기를 국가 전략의 중심에 두겠다는 제도적 출발점”이라고 짚었다.

“정책 중심 축 필요”
특히 ‘정책 일관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지금까지 우리는 기후 관련 정책이 정권이나 부처, 심지어 사회 여론에 따라 쉽게 흔들리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회용품 규제”라며 “규제 발표와 철회를 반복하면서 국민의 피로도만 가중되고 정책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정책의 중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환경부가 정책의 연속성을 책임지는 주체가 되어야 하며, 부총리급 격상을 통해 타 부처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조정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책 일관성은 단순히 명분이 아니라 기업과 시장, 국민이 예측 가능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핵심 조건”이라며 “기후 리더십이 제대로 서야 기술 투자, 시장 변화, 국제 협력 모두가 일관된 흐름 속에서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부총리급 격상이 국제사회와의 교섭력에도 실질적인 차이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COP(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나 G7, G20 등 국제무대에서는 상대국의 대표가 장관인지, 부총리인지, 대통령 특사인지에 따라 협상 무게가 달라진다”면서 “지금처럼 환경부 장관이 단독으로 참여해선 주요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로서 기후 문제에 있어서도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특히 아시아 지역의 탄소중립 이행과 녹색 전환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기후 외교도 강화돼야 하는데, 이 역할을 수행하려면 그에 걸맞는 위상과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탄녹위 간사 부처, 환경부로 이관해야”
기후환경부 체계 개편과 함께 박 의원이 중점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핵심 과제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간사 부처를 환경부로 이관하는 것이다.
박 의원은 “현재 탄녹위는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국무조정실이 간사를 담당하지만, 실질적인 정책 실행은 환경부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조율과 실행 간의 괴리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을 결정하는 위원회가 있지만, 실행하는 주체와의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목표 설정 자체가 탁상행정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실효성 있는 기후 거버넌스를 위해 탄녹위 간사 부처는 반드시 환경부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한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사실도 덧붙이며 “이는 단순한 역할 변경이 아니라, 정책의 전문성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다. 민간위원의 전문성도 존중하면서 환경부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오는 9월 유엔에 제출 예정인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관련해 “지금이야말로 정책 추진 체계를 정비해야 할 결정적 시점”이라며 “부처 간 협의는 물론 기술개발과 산업계 수용성, 재정 지원을 모두 고려한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처럼 각 부처가 따로따로 움직이는 구조로는 통합 로드맵 수립이 불가능하다”며 “기후환경부가 정책 통합의 중심축이 되어야 기술전략과 감축목표가 일관되게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법안과의 관계에 대해 박 의원은 “에너지와 기후를 함께 보는 접근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기후정책의 본질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후에너지부는 에너지 산업 중심의 논리가 강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럴 경우 온실가스 감축이나 생태계 보전, 기후재난 대응 등 기후정책의 핵심 영역이 산업 논리에 묻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전환은 기후 대응의 한 축일 뿐이지 전부가 아니다. 기후환경부는 재난, 생물다양성, 도시계획, 자원순환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거버넌스가 가능하다. 바로 이 점에서 에너지 중심 부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논리를 폈다.
박 의원은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의 본질을 ‘국가 의지의 전환’이라고 정의했다.
박 의원은 “중요한 건 조직의 이름이 아니다. 우리가 기후위기를 어떤 철학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철학이 정책과 예산, 국제 협력에 어떻게 반영되는가가 핵심”이라며 기후환경부 확대 개편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 의원은 “기후위기는 우리 사회의 모든 정책을 다시 짜야 할 만큼 중대한 전환점이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이 형식적인 구조 개편에 머무르지 않고, 대한민국이 기후 대응에 있어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문제점과 해법
문제는 두 법안 모두 기후정책 추진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정책 주도권과 철학이 충돌한다는 점이다.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될 경우 환경부와의 업무 중복, 예산 배분, 정책 우선순위 충돌 등이 불가피할 수 있다.
반면 환경부 중심의 기후환경부 체제는 에너지 산업 전환을 유연하게 담아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후환경부와 기후에너지청 또는 실국 수준의 분업을 통해 ‘투트랙-원컨트롤’ 체계를 구축하고, 정책 협의체와 데이터 기반 조정 시스템을 도입해 부처 간 유기적 협력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부만의 과제가 아니다. 산업, 경제, 외교가 얽힌 국가 생존의 문제다.
조직 개편 논의는 이제 ‘누가 맡을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협력하고 실행할 것인가’로 확장돼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이 중복과 충돌로 번지지 않기 위해서는 ‘명확한 역할 조정’과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법안 논의는 단순한 조직 신설이 아니라 국가 기후전략의 거버넌스 재설계 차원에서 접근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명확히 구분하면서도, 정기적인 정책 협의체와 데이터 기반 조정 시스템을 도입해 부처 간 기능 통합을 위한 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중복된 기능을 통합 조정할 상설기구 또는 컨트롤타워의 설계가 병행돼야 하며, 법안 통과 전부터 조율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다.
특히 정책의 연속성과 국제 협상력을 위해 부총리급 기후 리더십 확보 논의는 긍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두 안의 장점을 절충한 투트랙-원컨트롤 체계, 즉 기후환경부와 기후에너지청(또는 실국)의 유기적 분업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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