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최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작년 5월에 공개된 이후 8개월이 흘렀지만,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이 계획이 유지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오랜 기간 정치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아왔으며, 이는 정권 교체,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정책, 사회적 갈등, 외교적 변수 등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첫째, 정권 교체에 따라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이 방해되어 왔다. 특히 정권의 성격에 따라 에너지 정책의 우선순위와 방향성이 크게 달라져 왔는데, 지난 정권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적극 추진하지만, 현 정권에서는 다시 원전 확대 방향으로 정책이 급격히 전환되었다. 현재의 탄핵정국 하에서는 1년 뒤에 어떠한 방향으로 정책이 이어질지 예측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에너지 산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장기적인 투자와 연구개발 계획을 방해한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산업 모두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이 중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급변은 산업 전반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하게 된다.
둘째, 단기적 성과만을 추구하는 정책들이 에너지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이다. 4, 5년마다 반복되는 선거로 인해 단기 성과 중심의 정책이 중심이 됨에 따라, 장기적 관점보다는 즉각적인 경제적 효과나 단기적 반응에 따라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에너지 효율 개선이나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장기적인 이슈를 소홀히 하게 만들게 된다. 대표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을 두려워하여 에너지 비용 현실화를 미루는 경우, 소비자의 에너지 사용 패턴이 나빠지고, 정부와 공기업의 재정적 부담 증가를 유발한다. 결국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셋째, 사회적 갈등과 이해관계 충돌이 에너지 정책의 추진을 방해한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송전탑 건설, 원전 부지 선정 등은 지역 주민들과의 많은 갈등을 불러왔다. 이러한 갈등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과 지역사회의 협력 부족으로 악화되며, 정책 실행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특히, 정치적 대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에너지 전환이 과학적 판단에 의해 계획되고 실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논쟁의 도구이자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넷째, 외교적 변수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 결정에 불확실성을 더하게 된다. 한국은 에너지 자원의 대다수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정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수급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나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은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정책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와 함께, 주요 교역국과의 협정이나 국제 환경 규범 준수 문제는 정치적 요인에 따라 다양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이렇듯 현재의 정치적 갈등은 미래에도 일정 부분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안타깝지만 불확실하고 변덕스러운 에너지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먼저, 정치적 상황의 안정화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이 강화된다면,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과 장기적 비전이 개선될 수 있다. 특히, 초당적 협력과 법적, 제도적 기반의 확립은 급격한 정책 변화로 인한 혼란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와의 소통 강화 및 공정한 보상 체계 마련을 통해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사회적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
미래에는 기술 발전과 국제적 협력이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재생에너지 기술과 에너지 저장 기술의 발전은 전력 생산과 소비의 효율성을 높이고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다. 또한, 국제적 기후변화 협약과 연계된 정책 협력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수소 경제의 부상이나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은 한국의 에너지 정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사실 서로 대립되는 정치적 판단에 의해 에너지 정책이 영향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탄소중립 흐름은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제적 규범과 시장 변화가 주도하는 에너지 전환의 불가피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다국적 기업과 지방 정부들은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국가 정책의 변동에 관계없이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혼란은 탄소중립을 향한 인류의 방향 앞에서 글로벌 흐름에 따라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이 개선되고 에너지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장기적 계획에 따라 제도적, 사회적, 국제적 노력이 강화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 에너지 정책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