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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에너지 안후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은 한국 원자력 산업에 예상치 못한 거대한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 탈원전 정책 폐기 이후 ‘원전 르네상스’를 주창하며 적극적인 산업 육성에 나섰던 현 정부의 정책이 탄핵이라는 변수로 인해 지속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체코 원전 수주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원전 수출을 포함한 산업 전반의 성장 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본 기획에서는 탄핵 정국 속에서 한국 원자력 산업이 직면한 현 상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수출 경쟁력 유지 및 강화를 위한 과제와 함께 미래 전망을 자세히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되살아난 원전 산업, 불확실성에 ‘휘청’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원자력 산업 생태계 복원을 주요 국정 과제로 삼았다. 이는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원자력의 역할을 재정립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제11차 장기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서는 2038년까지 35.2%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또한, 공격적인 원전 수출 목표(2030년까지 10기 수출)를 설정하며  원자력 산업의 외연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5년까지 금융 지원, 연구개발(R&D) 자금 등을 포함한 총 1조 원 규모의 지원 계획이 발표되었고, 특히 2025년도에는 원자력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1억 달러(약 1500억 원) 이상의 금융 지원이 배정되었다.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이러한 적극적인 정책 추진의 대표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과 오는 6월 3일로 확정된 조기 대통령 선거는 이러한 친원전 정책 기조의 지속성에 중대한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차기 정부의 구성에 따라 에너지 정책의 우선순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원자력 발전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며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해왔다. 만약 선거 결과에 따라 에너지 정책 기조가 변경될 경우, 원자력 관련 예산 배분, 정책 지원 강도, 규제 환경 등이 현재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히 정책 방향의 전환을 넘어, 현재 진행 중인 사업과 미래 계획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원전 수출과 같이 막대한 투자와 긴 시간이 요구되는 사업은 정부의 일관된 지원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한국 원자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은 물론, 이미 확보한 체코 원전 사업의 최종 계약까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동 및 건설 순항… 수출은 ‘정책’ 변수에 좌우

2025년 4월 기준으로 한국은 총 26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한울 3·4호기(APR-1400)와 새울 3·4호기(APR-1400) 등 4기의 원전이 추가로 건설 중에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신한울 3·4호기 프로젝트다. 이전 정부에서 건설이 중단되었던 이 프로젝트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재개되어 2024년 10월 30일 착공식을 가졌으며, 각각 2032년과 2033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주요 공급사들은 이미 신한울 3·4호기용 핵심 주기기 제작에 착수한 상태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새울 3·4호기 역시 각각 2016년과 2017년에 착공하여 건설이 진행 중이다. 이와 더불어 윤석열 정부는 설계수명이 다가오는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수명 연장) 추진 의사를 명확히 밝혀왔다. 이는 원자력 발전 비중 확대 목표 달성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 유지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고려되고 있으며, 향후 구체적인 추진 계획과 안전성 심사 절차가 주목된다.   

원전 수출 분야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KHNP)이 2030년까지 10기 수출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는 한국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이자, 유럽 시장 진출의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체코 원전 사업의 최종 계약 체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쟁국과의 기술 경쟁은 물론,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른 정부 지원의 지속 여부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국가에서 추진 중인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서도 경쟁이 치열해 한국 원자력 산업의 수출 전망은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뜨거운 감자’ 고준위 방폐물 처리, 해법 찾기 요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 관리는 한국 원자력 산업의 가장 시급하고 어려운 과제 중 하나이다.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 운전 시작 이후, 국내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2022년 9월 말 기준으로 약 1만 8천 톤, 51만 5천 다발에 달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보관하는 원전 내 저장 시설의 용량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수로 원전의 습식저장조는 고리·한빛 원전이 2031년, 한울 원전이 2032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수로 원전인 월성 원전의 경우, 습식저장조는 이미 포화 상태에 근접하여 건식저장시설(맥스터) 증설이 추진되었으나, 이마저도 포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저장 시설 포화 문제는 단순히 저장 공간 부족을 넘어 원전의 안정적인 운영 자체를 위협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원전 수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 문제 해결을 위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2050년까지 중간 저장 시설, 2060년까지 영구 처분 시설 운영 개시를 목표로 부지 선정 절차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실제 부지 선정 과정에서 예상되는 지역 주민의 반발과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기술적 실현 가능성, 경제성, 핵확산 저항성 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상용화까지는 불확실성이 크다. 차기 정부가 고준위 방폐물 처리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거나 정책 추진에 소극적일 경우, 한국 원자력 산업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미래 기술 개발 ‘속도전’… 수출 경쟁력 확보 관건

한국은 미래 에너지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원자력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 소듐냉각고속로(SFR), 핵융합 에너지 등 차세대 원자력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2035년까지 독자적인 SMR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 개발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SMR은 대형 원전 대비 안전성, 경제성, 건설 유연성 등에서 장점을 가질 것으로 기대되며, 분산 전원, 공정열 공급, 해수 담수화 등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어  미래 원전 수출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소듐냉각고속로(SFR) 개발은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과 연계되어 추진되고 있다. SFR은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사용후핵연료에서 분리된 초우라늄(TRU) 원소들을 핵연료로 사용하여 연소시킬 수 있어, 고준위 방폐물의 방사성 독성과 처분 부피를 줄여 관리 부담을 경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핵융합 에너지 연구 개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KSTAR는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하며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래 기술 개발은 막대한 투자와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만큼, 차기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만약 차기 정부가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여 미래 기술 개발 투자를 소홀히 할 경우, 한국 원자력 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 인력 양성 ‘시급’… 수출 시장 맞춤형 인재 육성해야

원자력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우수한 전문 인력 확보와 양성이 필수적이다. 최근 현 정부의 친원전 정책 전환과 원전 생태계 복원 노력에 힘입어 원자력 관련 학과 입학생 수가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안정적인 인력 수급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책 지원과 명확한 비전 제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원전 수출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해외 시장의 특성과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적인 감각과 외국어 능력을 갖춘 인재 육성은 한국 원자력 기술의 해외 진출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차기 정부는 원자력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산학 협력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통해 미래 원자력 산업의 인력 기반을 튼튼히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탄핵 후폭풍, 원전 수출에 ‘그림자’… 새 정부 정책 향방 주목해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라는 예상치 못한 정치적 격변은 한국 원자력 산업, 특히 수출 분야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차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따라 원전 수출 목표 달성 여부는 물론, 산업 생태계 전반의 미래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원자력 발전에 신중한 입장을 가진 정부가 들어선다면, 에너지 믹스에서 원자력의 비중 목표가 재조정될 수 있으며, 이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 축소 또는 지연, 계속운전 정책 재검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체코 원전 사업과 같은 대규모 수출 프로젝트는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 및 외교 지원이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차기 정부가 원전 수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축소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이 난항을 겪거나 신규 수주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반대로, 현 정부의 친원전 정책을 계승하는 정부가 들어선다면, 원전 수출 드라이브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탄핵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한국 원자력 산업의 발목을 잡을지, 아니면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지는 차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달려있다. 안정적인 에너지 안보 확보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이라는 국가적 과제 속에서, 원자력 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차기 정부의 현명하고 일관된 정책 추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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