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UNEP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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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에너지 이성중 기자] 지구 온도 상승폭 1.5℃ 제한이라는 국제 사회의 약속이 흔들리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4 배출 갭 보고서’를 통해 건물 부문의 에너지 효율 개선 속도가 파리 협정의 목표 달성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경고하며, 획기적인 변화와 가속화된 행동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2023년까지 전 세계 건물 에너지 수요의 17%가 재생에너지로 충당되고 체화 탄소 배출량이 소폭 감소했지만, 이러한 미미한 진전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보고서는 건물 부문이 2035년까지 전 세계 감축 잠재력의 약 11%인 4.2GtCO₂e의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정책 공조와 국가적 노력 강화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 중심 친환경 정책 도입 확산… NDC 연계 강화해야 실효성↑

건물 및 건설 부문의 탈탄소화와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국가 및 지역 차원의 공동 노력이 필수적이다.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르완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의무적인 에너지 성능 기준, 경제적 인센티브, 금융 메커니즘 등을 결합한 혁신적인 정책을 통해 친환경 건설을 장려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독일의 연방 기후변화법은 야심찬 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르완다의 냉각 전략과 재생에너지 인센티브는 규제와 시장 기반 접근 방식의 성공적인 융합 사례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파리 협정과 각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간의 연계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NDC에 건물 부문의 감축 목표를 포함하는 비중은 80%에 달하지만, 정량화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는 경우는 18%에 불과하며 재정 지원 계획 또한 일관성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측정 가능한 목표 설정, 구체적인 탄소 배출량 고려, 지역적 형평성 확보 등을 통해 NDC 3.0 프로세스에서 NDC 프레임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완화 및 적응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건설 폐기물 감축 순환 경제 시스템 구축 ‘시급’

건물 에너지 집약도를 줄이고 탈탄소화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건물 개보수와 에너지 규정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 전 세계적으로 건설 부문에서는 매년 약 20억 톤의 건설 및 철거 폐기물(CDW)이 발생하며, 이는 전 세계 폐기물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러한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순환형 건설 관행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프랑스의 건설 폐기물 EPR 제도, 네덜란드의 평판 유리 EPR 프로그램, 인도의 건설 산업 EPR 프레임워크 개발 노력 등은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투자 감소세… 녹색 금융 활성화만이 해법

전 세계 건물 부문은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지속가능성과 기후 회복력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2023년 건물 에너지 효율에 대한 전 세계 투자는 270억 달러로 전년 대비 7% 감소했으며, 특히 유럽에서는 차입 비용 상승과 주요 정부 지원 프로그램 축소가 투자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중국의 녹색 건물 개발 인센티브 기금, 호주의 청정 에너지 금융 공사 등 혁신적인 자금 조달 메커니즘과 정부 주도의 이니셔티브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녹색 채권과 지속가능성 연계 채권이 회복력 있는 성장세를 보이며 이러한 투자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목표 지향적인 금융 지원, 정책적 뒷받침, 민관 협력을 통해 투자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건물 부문을 글로벌 탄소 중립 및 기후 목표에 부합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국가별 맞춤형 로드맵 구축 및 국제 협력 ‘가속화’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건물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한 맞춤형 로드맵을 채택하고 있으며, ‘건물 및 건설을 위한 글로벌 연합’의 방법론을 활용하여 단계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가나, 세네갈 등 다양한 국가들이 각국의 특성에 맞는 탈탄소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랍 지역 로드맵 역시 22개 국가의 넷제로 달성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적인 노력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2023년 COP28에서 출범한 ‘건물 혁신 의제’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에 가까운 건물을 새로운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하에 45개국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 이니셔티브는 표준 및 인증, 수요 창출, 재정 및 투자 등 6가지 핵심 행동 영역을 제시하며 건물 부문 탈탄소화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2024년 제1회 건물 및 기후 글로벌 포럼에서 발표된 ‘샤이요 선언’ 또한 탈탄소화에 대한 국제적인 약속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넘어야 할 과제와 해결 방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사용의 제한적인 변화와 미흡한 정책 시행으로 인해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는 여전히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주요 과제로는 에너지 효율성 개선, 재생에너지 통합 확대, 체화 탄소 배출 문제 해결, 필요한 자금 확보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축법규 강화, 건물 개보수 확대, 재생에너지 채택 확대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건물 부문의 탈탄소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각국의 적극적인 정책 변화와 투자 확대, 국제적인 협력 강화가 절실하며, 다가오는 NDC 3.0 업데이트가 이러한 노력을 결집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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