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지난 2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새로운 행정명령이 중국 원유 트레이더들을 멈춰 세웠다. 해당 명령은 "4월 2일부터,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는 최근 이란산 원유 수입 관련 중국 업체에 대한 제재 조치에 이은 것으로, 에너지 안보와 국제 무역 질서에 커다란 파장을 예고한다.
중국은 현재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다. 전체 수출량의 55%인 하루 약 50만3000배럴(bpd)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대부분은 말레이시아산으로 위장한 형태로 재수입되며, 특히 독립계 정유사(일명 ‘티팟’, Teapots)가 선호하는 저유가 중질유 ‘메레이(Merey)’ 등급이 주력이다.
그러나 이번 행정명령 이후, 중국의 복수 트레이더들은 4월물 선적을 보류하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가장 위험한 건 불확실성이다. 당장은 손도 못 댄다"고 밝혔다.
중국 내 티팟 정유사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제재 대상 원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이들 기업의 수익성과 원료 수급에 직접적인 타격이다. 정제 마진이 낮은 상황에서 25%의 관세는 수익구조를 결정적으로 흔드는 변수다.
업계는 향후 트럼프의 조치가 일관되지 않았던 점에 주목하며, "명확한 지침이 나오면 결국 구매는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실제로 과거 이란·러시아 제재 국면에서도 중국은 '환적지 경유', '제3국 선적', '선박명 변경' 등을 통해 공급망을 유지해왔다.
중국 외교부는 26일 "미국은 불법적인 일방 제재와 장거리 관할권을 남용해, 타국 내정에 심각하게 간섭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는 베네수엘라를 넘어 미국과 중국 간의 에너지 공급망 경쟁이 중남미로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번 조치는 에너지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중국 내 이란산 원유 수입 기업(예: 수광 루칭 석유화학, Shouguang Luqing Petrochemical)에 추가 제재를 가했고, 싱가포르 소재 중개회사와 수송선박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제재 확장 조치는 LNG 시장에도 연쇄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베네수엘라가 원유뿐 아니라 가스 기반 액화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며, 중국이 이를 기술적·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중국은 미국산 LNG 수입보다 러시아·이란·카타르산 수입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향후 LNG 수급, 가격 흐름, 아시아 프리미엄 등 다수 변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관건은 중국 정부의 최종 지침이다. 베이징이 실질적인 구매금지를 내리지 않는 한, 가격·물류 조건에 따라 중국 정유업계는 새로운 우회루트를 통해 다시 베네수엘라 물량을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당분간은 티팟 정유사들의 수급 혼란이 불가피하며, 이는 중국 내 석유제품 공급과 국제 원유 수요 곡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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