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에너지 안보를 희생하면서까지 수출을 최우선시하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산업계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미지 편집
국민들의 에너지 안보를 희생하면서까지 수출을 최우선시하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산업계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 Australian Competition and Consumer Commission)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7~9월 겨울철 동안 호주 동부 해안 지역이 최대 9페타줄(PJ)의 가스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남부 주(State)의 가스 부족 예상치는 40PJ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는 LNG 생산 기업들이 계약되지 않은(uncontracted) 물량을 전량 수출로 돌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국내 수요와 수출 이익 간의 균형이 한계 상황에 가까워졌음을 뜻한다.

호주는 세계 2~3위를 다투는 LNG 수출국으로, 막대한 해외 수요에 응답하면서도 자국 내 수급 안정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ACCC의 안나 브레이키 위원(Commissioner Anna Brakey)은 "이번 전망 변화는 가스 생산량의 단기 감소와 LNG 생산업체의 수출·스왑 계획 변화에 따른 것"이라며 공급-수요 구조가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겨울철 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예상치 못한 한파, 화력발전소 고장 등으로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이라는 ‘에너지 쇼크’ 가능성도 상존한다.

가장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남부 주는 이미 장기적 가스 수급을 위해 수입까지 검토 중인 상황이다. ACCC는 깁슬랜드(Gippsland)·오트웨이(Otway)·쿠퍼(Cooper) 분지의 생산 감소, 그리고 가스 기반 발전 수요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와 LNG 수출 기업 간 협의, 즉 현재 수출 계획에 잡히지 않은 비계약 물량의 국내 공급 우선 배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브레이키 위원은 "LNG 기업들이 수출량이나 일정 변경 시 국내 시장 상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가오는 호주 총선에서도 국내 에너지 안정성과 요금 인상 이슈가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공급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거나 가격 통제를 검토하자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이번 ACCC의 경고는 단순히 수급 경고를 넘어, 수출에 치중한 호주 에너지 모델의 구조적 리스크를 정면으로 드러낸 것이다. 앞으로 호주는 자국 내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하면서도 국제적 공급 책임을 조율해야 하는 복합적 에너지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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