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안후중 기자]
프라하 현지 발 팀코리아의 체코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 수주가 프랑스 EDF의 법적 제동으로 일시 중단된 가운데, 계약의 최종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체코 정부의 강한 사업 추진 의지와 팀코리아의 입증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최종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체코는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 배출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 확장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노후 설비 수명 만료가 예상되는 2037년경 이전에 신규 원전 건설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부지에 2기의 1000MW급 원자로 건설을 추진하며, 향후 테멜린 발전소에도 추가 건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KHNP)이 주도하는 팀코리아는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한국전력기술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참여한 컨소시엄으로, 치열한 경쟁 끝에 지난 7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이는 한국 원전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쾌거로 평가된다. 팀코리아가 제시한 APR1000 모델은 한국전력기술이 유럽형 설계 인증(EUR Rev. E)을 획득하며 기술적 우수성을 입증했다. 또한,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경험은 팀코리아의 뛰어난 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보여준다.
당초 5월 7일로 예정되었던 한국수력원자력과 체코 정부 간의 최종 계약 체결은 프랑스 EDF가 제기한 행정 소송에 따른 법원의 임시 가처분 결정으로 연기되었다. EDF는 입찰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으며, 법원은 EDF가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하지만 체코 경쟁 당국(UOHS)이 이미 EDF의 이의 제기를 두 차례 기각한 바 있어, 법원 역시 경쟁 당국의 판단을 존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체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입찰 과정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체코의 에너지 안보와 국익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계약의 조속한 마무리를 기대했다.
이번 사업은 약 4000억 체코 코루나(약 26조 원) 규모로, 2009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한국 원전 수출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최종 계약이 체결될 경우 침체된 한국 원전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련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내 원전 공급망 전체를 재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내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를 통해 현지화 노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한국전력기술은 설계 및 엔지니어링, 대우건설은 주기기 시공 및 인프라 건설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체코 정부는 총 계약 금액의 60% 이상을 체코 현지 기업에 할당하는 높은 수준의 현지화 조건을 요구하고 있으며, 팀코리아는 이를 충족하기 위해 체코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체코 산업부 장관은 팀코리아와의 협상을 통해 계약 체결 시 체코 기업 참여율 30%를 확보했으며, 프로젝트 완료 시까지 60% 현지화율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법적 분쟁 해결과 더불어 체코 국내 정치 상황 변화, 경제적 타당성 확보, 현지화 요구 조건 충족 여부 등이 프로젝트 성공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5년 10월로 예정된 체코 총선 결과에 따라 예상치 못한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으나, 현재 집권 여당과 야당 모두 신규 원전 건설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정치적 상황 변화로 인한 근본적인 사업 변화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체코 정부는 국영 전력회사 CEZ 자회사 지분 인수, 국책 자금 지원, 전력 구매 계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원 확보 계획을 발표했으며, EU 집행위원회는 체코의 원전 건설 지원 계획을 국가 보조금 규정에 따라 승인했다.
이번 체코 원전 수출은 한국 원자력 기술이 유럽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며, 향후 폴란드, 스웨덴 등 유럽 내 다른 국가들의 신규 원전 프로젝트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은 한국과의 원자력 협력이 중동부 유럽 국가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규모 원전 수출 성공은 한국의 기술력과 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법적 분쟁이라는 난관 속에서도 팀코리아의 체코 원전 수출은 체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팀코리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종 성사 가능성이 높다. 성공적인 계약 체결과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서는 철저한 법적 대응, 체코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현지화 노력 구체화, 잠재적 리스크 관리, 그리고 유럽 시장 맞춤형 진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