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가 재생에너지 대신 천연가스를 1차 에너지원으로 채택하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동남아시아가 ‘재생에너지로의 급진적 전환’보다 천연가스를 중핵 에너지원으로 삼는 실용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천연가스는 석탄과 석유를 제치고 동남아 최대 1차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주요국은 경제 성장과 데이터센터 확장, 간헐성 문제를 겪는 재생에너지 보완책으로 천연가스 수요를 본격 확대하고 있다.

■ 전력수요 폭증…석탄 → 천연가스로 기저전력 이동

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베트남은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광 설비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다. 이는 제조업 중심의 고속 성장과 간헐성 재생에너지의 한계 때문이다.

우드맥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2023~2035년까지 동남아 천연가스 수요는 연평균 3.1% 성장하고, 전체 소비는 89.5%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중심에는 기저전력(baseload power)으로서의 천연가스 역할이 있다. 기존 석탄발전을 대체하면서도 재생에너지와의 병행 운용이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 LNG 수입 의존도 급등…2032년 순수입 지역 전환

천연가스 수요 확대는 자국 생산만으로 충당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동남아는 2032년부터 LNG 순수입 지역(net importer)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LNG 수입 수요는 182% 급증할 전망이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요 증가율 중 하나로 꼽힌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는 내수 확보를 위해 탐사 및 신규 가스전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기존 유전의 고갈 속도를 고려할 때 2030년대 후반부터는 외부 의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글로벌 공급부족 현실화 우려"…가스시장 낙관론에 제동

우드맥킨지와 국제가스연맹(IGU)은 현재의 투자 속도라면 2030년경 전 세계 가스 공급이 22% 부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 카타르 등 LNG 수출국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지만, 완공 지연과 수요 과열이 겹치면서 발생하는 불균형이다.

가스를 ‘브릿지 연료(bridge fuel)’로 보던 시각이 정치·환경적 논쟁에 밀려 후퇴했지만, 현실의 수요는 다시금 천연가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깨끗함과 가격의 균형이 LNG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며, 천연가스가 ‘과도기 연료’에서 ‘성장국 필수 에너지원’으로 정체성을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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