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가자 지구 전쟁 장기화와 이스라엘의 가격 인상 압박 속에서, 이집트가 에너지 공급선을 다변화하려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집트는 전체 발전의 90% 이상을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으며, 여름철 수요 급증기에는 하루 최대 7.5억 입방피트(bcf) 이상의 가스를 필요로 한다. 자국 생산은 약 5.7억 bcf로, 부족분은 주로 이스라엘에서 수입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최근 이집트에 대한 가스 공급을 지연시키고 국제시세를 반영한 가격 인상을 요구하자, 이집트는 카타르산 가스 수입 확대 및 에너지 협력 심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 에너지 외교의 전환점…카타르와 장기공급·탐사 파트너십 논의
지난 5월12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회담에서 이집트 석유광물자원부 카림 바다위 장관은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 겸 QatarEnergy CEO 사드 셰리다 알카아비와 만나 장기 가스공급 계약 체결과 지중해 해역의 공동 탐사 확대 등을 논의했다.
주요 협력 해역은 이집트 연안의 △네페르타리(Nefertari), △카이로(Cairo), △마스리(Masry), △노스 마라키아(North Marakia) 등이며, QatarEnergy는 엑손모빌(ExxonMobil)과 함께 해당 권역에서 이미 탐사 중이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가스 공급을 넘어, 이집트 에너지 기업의 카타르 진출, 설계·시공·운영 부문 협력, 재생에너지 포함한 인프라 통합까지 논의 범위를 넓혔다.
■ 동지중해 가스허브 구상 흔들리나…지역 갈등 변수로 부상
그간 이집트는 동지중해 가스허브 구축을 위해 이스라엘과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해왔다. 실제로 2018년 체결된 가스 수입 계약은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국가의 골을 넣은 셈”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전환 움직임은 이스라엘과의 정치적 갈등, 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경계, 지역 내 대체 파트너 확보라는 다층적 배경에서 비롯된 전략적 재조정으로 해석된다.
전 이집트 석유장관 오사마 카말은 “이스라엘의 가격 인상 요구는 공급 우위에 기반한 전략적 압박”이라며 “이집트는 이를 거부할 수 있으나, 그 경우 이스라엘은 가스를 자국 액화플랜트를 거치지 않고 직접 수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동지중해 가스포럼(EMGF) 내 협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카말 전 장관은 “시리아·터키·레바논이 참여할 경우 포럼이 실질적 균형 메커니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협력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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