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바레인이 러시아로부터 3년간 연간 150만 톤(약 20척 규모)의 LNG를 공급받는 단기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바레인 역사상 러시아산 가스를 처음으로 도입하는 계약이 될 전망이다.
이번 논의는 바레인 에너지부 장관 모하메드 빈 무바라크 빈 다이나(Mohamed bin Mubarak bin Dainah)와 러시아 부총리 알렉산더 노박(Alexander Novak)의 회담을 통해 가시화되었으며, 러시아 에너지 기업 노바텍(Novatek)과 루코일(Lukoil)이 세부조건 협의에 참여 중이다.
이 계약이 체결될 경우, 바레인은 올해 4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재개한 LNG 수입을 본격 확대하게 된다. 여름철 전력 피크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전력망 보강용 연료 확보가 주된 목적이다.
■ 美 제5함대 전력 의존하는 바레인… LNG 공급선 변화에 워싱턴 예의주시
문제는 바레인의 가스발전소 중 약 3분의 1이 미 해군 제5함대의 전력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둔 중인 약 8000명의 미 해군 병력은 호르무즈 해협, 수에즈 운하, 인도양 북부 전략 해역을 관할하고 있으며, 바레인의 LNG 기반 전력망은 제5함대 작전 안정성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이 상황에서 러시아산 LNG가 유입될 경우, 미국의 에너지 제재 정책과 직접 충돌할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특히 바레인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 미 행정부로서는 민감한 전략 동맹국의 에너지 수급 방향이 러시아로 선회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이 크다.
소식통에 따르면, 바레인의 LNG 저장 능력은 제한적이어서, 만일 러시아산 공급이 중단될 경우 대체 수단 확보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
■ 러시아, 유럽 이탈 후 중동 시장 공략… 제재 회피 전략 가속화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시장에서 퇴출되며, 중동·아시아·아프리카 등 비서방권 LNG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통한 이란·중국과의 연결 확대와 함께, 해상 LNG 수출처 다변화를 추진해 왔다.
바레인과의 거래가 성사될 경우, 이는 러시아산 에너지의 중동 내 첫 실질적 공급 성과로 기록될 수 있으며, 미국 중심 에너지 안보 질서에 새로운 균열을 야기할 수 있다.
한편, 바레인의 연간 LNG 수입 용량은 600만 톤 규모로, 부유식 저장 설비(FSU)와 재기화 플랫폼 등을 통해 운영된다. 시장조사업체 Kpler는 바레인의 2024년 전체 LNG 수입량이 약 4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