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세계 조선업계가 단순한 기술 축적을 넘어 산업 제조 패러다임의 전환점에 서 있다.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증강현실(AR), 3D 프린팅 등 첨단 기술이 설계·생산 공정에 융합되며, 조선소는 더 이상 용접·도크 중심의 전통적 풍경이 아닌 지능형 제조 체계로 진화 중이다.
미국선급협회(ABS)의 크리스토퍼 위어니키(Christopher Wiernicki) 회장은 “이러한 기술 집약적 조선업은 해양산업에 결정적 변화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디지털 해양 시대”를 선언했다.
■ AR·디지털 트윈, 전 세계 조선소의 ‘게임체인저’
실제 글로벌 조선업계는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설계-생산 최적화, 비용 절감형 디지털 시뮬레이션, 기기 간 AR 인터페이스 등을 통해 스마트 조선소로 탈바꿈 중이다. ABS는 “디지털 트윈 기술은 설계-생산-검증의 전 과정에서 피드백 루프를 생성하며, 자율운영 기반 설계체계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특히 AR은 전 세계 기술 인프라와 연결돼 설계~제작 전 공정의 시간 단축 및 공간 최적화 효과를 창출할 수 있어, 글로벌 재편기의 핵심 도구로 평가받고 있다.
■ 中 Jiangnan, LNG선 선가전쟁 본격화…韓 조선 3사 압박
이러한 기술 중심의 글로벌 변화 속에서도 중국은 ‘가격’ 중심의 전략으로 LNG선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최근 중국 장난조선소(Jiangnan Shipyard)는 가스로그(GasLog)와 약 17.5만㎥급 LNG선 2척에 대해 건조계약을 체결했으며, 척당 선가는 약 2300만~2,4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 조선 3사의 평균 선가인 2,550만~3,000만 달러보다 최대 1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계약에는 옵션 4척이 포함돼 있으며, 향후 총 6척 규모로 확대 가능성이 있다. 한편 한국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견지하고 있으나, 중국의 실적 수주 전략에 따른 가격경쟁 압박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 ‘기술-가성비’ 양극화…전략 리셋 필요한 시점
한국 조선업계는 여전히 기술력과 신뢰도 면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실질 수주 사례 확대와 저가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단가 경쟁 대신 디지털 역량의 고도화 및 선별 수주 전략이라는 전략적 리셋이 요구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