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개발 시설에 대한 공습을 완료했다고 발표하고 있다./출처 KTV 국민방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개발 시설에 대한 공습을 완료했다고 발표하고 있다./출처 KTV 국민방송

[투데이에너지 신영균 기자] 이란 현지시각으로 22일 오전 2시 30분 미국이 이란의 핵 개발시설인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3곳을 공습했다. 이번 공습은 미국이 이란을 폭격한 최초 사례이며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에 미국이 직접 개입했음을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고 밝혔다. 미 공군의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6대와 해군 잠수함에서 미사일이 발사됐으며 포르도 시설에는 ‘벙커버스터’ 폭탄이 집중 투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B-2 '스피릿' 스텔스 전략폭격기(가운데)가 비행하고 있다./출처 VOA
B-2 '스피릿' 스텔스 전략폭격기(가운데)가 비행하고 있다./출처 VOA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가 중동 정세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달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공격한 이후 국제유가는 상방압력이 지속 작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중동 사태에 직접 개입해 국제유가는 상방압력이 더욱 커지게 됐다.

또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최악의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이 연말 6%까지 치솟고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주요국의 물가와 금리, 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과 환율도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며 안전자산인 달러, 금 등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에너지 업계와 시장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를 넘는 세계 4위 원유 수입국으로 이번 사태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유 방출 등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원유시설/출처 KTV 국민방송
국내 원유시설/출처 KTV 국민방송

한국은 미국·멕시코·브라질 등 미주 지역에서 수입하는 원유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중동 의존도가 높아 공급 차질과 유가 급등 시 국내 정유·석유화학·항공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게 된다.

특히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 상승, 물류 비용 증가, 전반적인 소비자물가 상승 등 2차 파급효과가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비축유 확충, 원유·가스 장기계약 확대 등 에너지 안보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향후 시장 불안의 핵심 변수는 이란의 대응 수위다.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확전 가능성이 증대돼 국제유가와 금융시장의 충격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압도적 군사력을 과시하며 평화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지시각으로 22일 이란 의회가 미국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에스마일 쿠사리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장은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130달러대 폭등 가능성 촉각

봉쇄 시 글로벌 에너지 시장 대혼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최종 결정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충격에 빠질 것이 유력하다. 당장 국제유가의 경우 현재 배럴당 70달러 중후반대인 Brent, WTI, Dubai 등은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의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인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협으로 북쪽에는 이란, 남쪽에는 오만 월경지와 아랍에미리트가 위치해 있다. 가장 좁은 곳의 폭은 약 33km로 수심은 75~100m 정도다. 이 해협은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해상 원유 수송로 중 하나다.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출처 VOA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출처 VOA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대형 유조선은 대부분 이란 영해를 지나야 한다. 그로 인해 이란이 사실상 해협의 통제권을 갖고 있다. 이 해협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의 석유와 카타르산 LNG가 전 세계로 수출되며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30%인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이곳을 통과한다.

이 해협이 봉쇄될 경우 세계 원유 공급량이 급격히 감소해 국제유가가 치솟고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발생하게 된다. 다만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공격과 기뢰 설치 등으로 통항이 위협받은 적은 있으나 이란이 공식적으로 해협을 전면 봉쇄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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