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상석 기자] 인도가 2025년 상반기 동안 총 22GW에 달하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신규로 확보하며 역대 최대 반기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수치로, 청정에너지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석탄화력발전의 대규모 증설 계획이 병행되면서, 인도가 에너지 ‘전환’보다는 에너지 ‘다변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번 급성장은 국가 간 전송망(ISTS) 요금 면제를 앞두고 태양광 개발사들이 서둘러 발전소 준공에 나선 영향이 크다. 이 기간 태양광이 18.4GW, 풍력은 3.5GW, 바이오에너지는 250MW설비를 추가로 기록했다. 그러나 2025년 상반기 기준, 인도 전력 생산의 약 75%는 여전히 화석연료, 특히 석탄에 기반하고 있다.
현재 인도의 청정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은 수력발전을 포함해 234GW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석탄 기반 화력발전소 80GW 규모의 신규 건설 계획은 기후위기 대응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인도의 전력정책이 ‘탈탄소화’보다는 ‘공급 안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재생에너지·전력 리서치 부사장인 수슈마 자가나트는 “인도는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전환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 양쪽 모두를 강화하고 있다”며 “저렴한 요금과 충분한 저장장치, 송배전망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 한 석탄의 역할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생에너지 확산과 더불어 BESS 시장도 본격적인 성장세에 돌입했다. 2025년 상반기 동안 인도는 총 5.4GW 규모의 태양광+BESS 연계 사업과 2.2GW의 독립형 BESS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입찰 평균가는 독립형 BESS의 경우 4,000루피/MWh, 태양광+BESS 연계형은 3,208루피/MWh 수준으로, 경제성이 개선되면서 시장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인도 서부와 남부 지역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라자스탄주는 37.4GW로 전국 1위를 차지했으며, 이 중 태양광이 32GW, 풍력이 5.2GW를 차지했다. 그리고 구자라트(35.5GW, 풍력 13.8GW), 타밀나두(풍력 11.8GW, 태양광 10.6GW, 바이오 1GW)가 뒤를 이엇다.
기타 주요 풍력 주(州)로는 카르나타카(7.7GW), 마하라슈트라(5.3GW), 안드라프라데시(4.4GW), 마디아프라데시(3.2GW) 등이 꼽힌다.
표면적으로는 인도의 재생에너지 설비 확장세가 글로벌 선도 수준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는 상당해 단순 용량 확장을 넘어선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원자력발전 역시 라자스탄 7호기 준공과 비하르주의 소형모듈원자로(SMR) 계획 등을 통해 확대 중이지만, 높은 비용, 방사능 폐기물, 안전성 문제 등으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청정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몇 GW를 추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송배전망 현대화와 유연한 저장기술, 명확한 정책방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에너지 ‘양적’ 확대만이 아닌, ‘질적’ 전환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