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인도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강도 높은 외교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하며 에너지 안보와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리 외교’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최소 4척이 인도 항만에 도착해 수백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하역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보복 조치를 시사한 상황에서도 인도 정부는 정유사들에게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제한하지 않았으며, 장기계약 체결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인도, 러시아 해상 원유 최대 구매국 지위 굳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로 기존 유럽 시장에서 밀려나자,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해상 구매국으로 부상했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인도의 주요 정유사들은 러시아 국영기업 로스네프트(Rosneft) 등과 장기 계약을 맺고, 수년간 안정적인 물량을 저가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최근 주말 동안 러시아에서 출발한 대형 유조선 최소 4척이 인도 항만에 도착해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하역했으며, 거래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러시아산 원유는 브렌트유 대비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되면서 인도의 원유 구매 비용 절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미국의 보복 카드 ‘관세 인상’…그러나 인도 정부 “수입 제한 없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무역을 차단하려는 노력을 강화하며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인도산 일부 제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율을 부과하는 보복 조치를 검토 중이다.
다만, 인도 정부는 정유사들에게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리지 않았으며,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도 관계자들은 “현 시점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체할 현실적인 대안이 없으며, 국제유가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 저가 공급을 차단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설명했다.
■ 글로벌 에너지 외교의 ‘균형외교 시험대’
인도는 한편으로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반도체, 방산 등 주요 산업에서 협력 폭을 넓혀가고 있지만, 에너지 분야에서는 러시아와의 거래를 이어가며 ‘실리 우선’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저가 러시아산 원유가 국제 제재 체제를 약화시킨다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인도의 선택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향후 미국이 실제 관세 부과 등 경제적 압박을 실행에 옮길 경우 인도의 에너지 정책과 대외무역 구조가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