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상석 기자] 청정에너지의 상징인 태양전지가 ‘지속가능성’과 거리가 먼 구조일 수 있다는 해외 연구가 발표됐다.
독일 연구진에 따르면 “효율을 극대화한 태양전지일수록 재활용은 어려워진다”고 진단했다. 소재 간 접착력, 열역학적 구조 혼합, 효율 유지를 위한 복잡한 설계 등의 이유가 재활용 과정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
태양전지의 재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건과 관련, 독일 율리히연구소가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이상적인 재활용 설계’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고효율 태양전지 구조가 오히려 재활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케미스트리'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언 마리우스 피터스 박사는 “지금까지 태양전지 설계는 흡광도, 전하 수명, 이동도 등 전기 생산 효율 중심의 매개변수에 집중돼 있었다”며 “이제는 지속가능성과 재활용 가능성까지 포함한 전방위적 최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태양전지의 재활용 용이성은 기본적으로 ‘화학적 접합 구조’와 ‘열역학적 혼합도’에 달려 있다며 이를 세 가지 주요 매개변수로 나눠 설명했다.
첫째는 층 내 접착력, 둘째는 층 간 접착력, 셋째는 인접 층 사이의 접착력 차이다. 특히 세 번째 요소인 접착력 차이는,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여러 층을 선택적으로 분리해내기 위한 핵심 요건으로 제시됐다.
여기에 더해 ‘잠재된 엔트로피(locked-in entropy)’라는 개념도 제안됐다. 이는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조성적 혼합도를 의미하는데, 서로 다른 재료가 합금화되거나 확산되면서 분리가 더욱 어려워지는 경향을 반영한다.
문제는 이러한 요인들이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으며, 대부분 상충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접착력 차이가 클수록 재활용엔 유리하지만, 그만큼 전자 이동이나 수명 면에서는 손해가 생긴다. 유기 물질과 결정성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간 경계처럼 이질적인 구조는 층간 분리에 유리하지만, 동시에 전하 수명을 줄이는 결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고효율 태양전지일수록 이런 모순이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늘날 고성능 태양전지는 텍스처 표면, 패시베이션 접촉, 매립형 접합구조, 다층 박막 코팅 등 복잡한 통합 설계를 택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성능에는 유리하지만, 기계적 분해나 재료 분리에는 불리한 조건이다.
“심지어 재료 간 물리적 혼합을 피하더라도, 강한 결합력과 구조적 얽힘 자체가 해체를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한 연구진은 "태양전지 재활용을 위한 최적화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효율·안정성·지속가능성이라는 세 개의 축 사이에서 절충을 찾아야 하는 종합 설계 과제"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