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산업의 경쟁 지형이 바뀌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고,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하나둘씩 ‘RE100’을 선언하고 있다.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 이니셔티브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기준이 됐으며, 이제는 공급망 전체에 동일한 기준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그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단지 단위로 RE100을 실현하는 ‘RE100 산업단지 특별법’을 추진하고, 지난 7월엔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켜 법 제정과 실행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송전망, 정주 인프라, 규제완화, 전기요금 할인 등 다양한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제 다음 질문은 분명하다. “RE100 산업단지, 어디에 조성할 것인가?” 그 해답은 전라남도다. 준비된 곳에서 시작해야 성공할 수 있다. 전라남도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광활한 일사량을 기반으로 태양광과 풍부한 해안선을 활용한 해상풍력, 수상태양광까지 다양한 에너지원이 공존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국 최상위권이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추진 계획이 아닌 가시적 결과로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곳은 해남의 ‘솔라시도’다. 산업단지와 스마트 정주환경이 함께 설계된 자족형 도시 ‘솔라시도’는 1GW급 태양광 인프라가 조성될 계획이며, RE100 기업이 입주할 경우 전력 전환은 물론 교육, 주거, 물류 등 전반적 기업 정착 여건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복합단지 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전남에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생태계가 균형 있게 분포하고 있다. 신안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 중이며, 단일 지자체 기준으로 가장 큰 해상풍력 발전 잠재력을 가진 핵심 거점이다. 영광은 에너지자립도시 시범사업지로 ESS 기반의 실증 인프라가 이미 구축 중이고, 광양만권은 수출 제조기업이 밀집된 탄소중립특화단지로 RE100 수요가 집중된 지역이다. 진도·완도는 남부 해역의 해상풍력 특화지구로, 향후 수전해 기반의 그린수소 연계 가능성도 높다.
이처럼 전라남도는 단순히 하나의 입지가 아닌, 에너지-산업-기술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지역 생태계를 갖춘 전국 유일의 지역이다. RE100은 에너지 단지가 아니라 산업 전략이다. RE100 산업단지는 단순히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단지가 아니다.
그 안에는 기업의 탈탄소 경영이 작동할 수 있는 산업 시스템 전체가 구축돼야 한다. 전력 공급은 물론이고 그린수소·탄소저감 기술과 같은 후방 산업, ESG 기반의 스타트업과 실증 플랫폼, 기업의 전력구매계약(PPA) 지원, 교육·문화·주거 등 종합 인프라가 함께 조성돼야만 진정한 의미의 RE100 산업단지라 할 수 있다.
전라남도환경산업진흥원은 이미 이러한 방향성을 공유하며 기후기술 기반 산업 생태계 조성, 기업 맞춤형 컨설팅, 투자 연계, 기술 실증 플랫폼 운영까지 전주기적 지원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정부가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면 이제는 이 생태계를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 거점이 필요하다.
전라남도는 준비돼있다. 단순한 유치가 아닌 국가 탄소중립 전략의 전환점을 만들어낼 실행지로서 손색이 없다. “RE100 산업단지” 전남이 정답이고, 이제 실행의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