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국 기자
김은국 기자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포스코이앤씨의 인명사고는 한국 건설업이 오랫동안 방치해온 하청 중심의 공사 구조, 안전관리 비용 축소, 현장 규율 부재라는 삼중고가 동시에 터진 결과다.

한국의 건설 산업은 다단계 하청 구조 위에 세워져 있다. 대형 건설사가 수주를 따내 면, 실질적인 시공은 수많은 중소 협력사와 현장 인력들이 떠맡는다. 원청은 ‘현장 관리’ 라는 상층에 머무르며 법적 책임에서 슬쩍 비껴간다. 하청사들은 ‘최저가 낙찰’ 경쟁에 내몰리고, 그 부담은 다시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특히 에너지 인프라 건설 현장은 설비 고압, 대형 구조물 운송, 밀폐 공간 작업 등 위험 요소가 극심한 곳이다. ‘안전예산’은 입찰 경쟁의 희생양이 되기 일쑤다. 공사비 삭감이 안전설비·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경고음은 무시된 채 일은 계속된다.

표준 작업 매뉴얼이 있어도,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강화됐지만, 서류 중심의 점검이 판을 친다. 사후 문서만 갖추면 되는 ‘형식주의’가 현장에 만연하다.

일례로, 현장에서는 CCTV로 점검을 ‘대체’ 하고, AI 기반 모니터링 도입을 ‘디지털 전환’ 이라 포장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교육은 여전히 형식적이다. 한 시간짜리 안전 교육에 출석만 하면 끝이다. 실습도 없고, 비상 상황 대응 훈련도 없다. 시스템만 있고 ‘실행’은 없다.

한국 건설업계는 여전히 “시간 안에, 비용 안에”만을 중시한다. 기술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존중하는 시스템과 리더십이 실종됐다. 선진국처럼 ‘사고 1건당 프로젝트 전면 중단’과 같은 엄격한 책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한, 사고는 반복된다.

정부가 잇따라 원청 책임 강화, 공사 중단 명령, 벌점제 도입 등 제도적 대응에 나섰지만 변화는 기업의 인식 변화에서 시작된다.

원청이 진정한 ‘책임주체’로서 사고의 직접적 책임을 지고, 안전비용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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