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국 기자
김은국 기자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해운·조선 산업의 탄소중립 목표를 공식화하면서, 업계 대화 주제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주제는 ‘LNG 벙커링선(LNGBV)’이다. 현장 전문가들은 “LNG 추진선 확대 흐름 속에서 연료보급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적인 조선·해운·해양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 세계 LNGBV 발주는 15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배를 넘어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추진선 수주가 늘면 벙커링선 발주가 따라붙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면서도 “문제는 이 선종(船種)이 워낙 까다로운 안전 기준과 고가 설비를 요구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선박 건조 경험이 풍부한 한국 조선업계조차 “투자 부담이 발목을 잡는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현장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이 손잡은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 젝트가 대표적이다. 추진선-벙커링선-운반 선이 이어지는 생태계가 완성되면, 선박 몇척을 짓는 게 아니라 글로벌 탈탄소 전환의 물류망을 설계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조선업의 존재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LNG 벙커링선은 단순한 선박이 아니라 조선산업의 ‘미래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조건을 공통적으로 언급한다. △기술적 난제를 해결할 혁신 역량 △국제 수준의 안전성 확보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등이다. 규제 대응을 넘어, 누가 먼저 안전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느냐가 글로벌 주도 권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작용한다.

조선소의 용접 불꽃과 설계실의 청사진 사이에서, LNG 벙커링선은 ‘넷제로 시대 K-조 선업의 성장 비밀병기’로 주목받는다. 향후 10년, 이 시험대에서 한국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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