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부의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방침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원전과 에너지 관련 업무가 분산될 경우 정책 혼선과 행정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에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미국의 이민 단속 강화로 촉발된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와 관련해 산업부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임기 만료를 앞둔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후임 인선 문제가 겹치면서, 산업부는 에너지 정책의 연속성과 통상 리스크 관리라는 ‘이중 과제’에 더해 ‘조직 개편’이라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에 산업부 ‘조직 축소’ 우려 반영
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제시했다”며 “조직 개편과 관련한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조직 개편안에 따라 원전과 산업부 고유의 일부 에너지 업무가 이관될 예정인 가운데, 산업부 내부에서는 ‘에너지 컨트롤타워’ 약화와 함께 정책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美 비자 단속 사태, 통상 리스크로 확산...“사전 대응 미흡” 인정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체포·구금 사태는 양국 통상 관계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며, 김 장관 취임 이후 최대 위기로 평가받고 있다.

김 장관은 이 사태와 관련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에게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며 “투자를 유치하면서 비자 문제를 이처럼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한국수력원자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한국수력원자력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해당 사안을 직접 언급하면서, 사태가 확대될 경우 양국 간 투자 및 비자 협상 전반에 파급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태의 전개 과정에서 산업부의 대응에도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김 장관은 “미국의 비자 단속 강화에 따라 5월과 7월, 기업들을 불러 주의하라는 회의를 열었지만 실질적으로 대응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느낌이 있다”며 대응 미흡을 사실상 인정했다.

한수원 후임 인선 착수...원전 정책 불확실성 지속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교체 문제도 원전 정책의 또 다른 불확실성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김 장관은 “조만간 공모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고, 황주호 사장 역시 “적절한 시점에 자진 사퇴를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한수원·한국전력공사와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원전 계약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협상은 상업적 베이스에 따른 것이며, 여건 변화나 이익 변화가 있을 경우 양측 협상을 통해 재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부의 협상 의지를 묻는 질문에 김 장관이 “네”라고 답한 점은, 기존 원전 수출 전략의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책 연속성·통상 신뢰 시험대 오른 산업부
결국 산업부는 세 가지 복합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로 인한 조직 개편과 정책 축소 우려 ▲미국 비자 단속으로 인한 통상 리스크 관리 ▲한수원 후임 인선과 원전 계약 재협상이라는 에너지 정책 연속성 문제 등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향후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통상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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