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호(오른쪽)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미국 유일의 우라늄 변환 시설 운영사인 컨버다인(ConverDyn)과 변환 우라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황주호(오른쪽)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미국 유일의 우라늄 변환 시설 운영사인 컨버다인(ConverDyn)과 변환 우라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웨스팅하우스와의 불공정 계약’ 논란의 중심에 섰던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공식 임기 만료 한 달여 만이다. 정부는 18일 사직서를 수리하고, 한수원은 19일 오전 10시 경주 본사에서 이임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황 사장은 2022년 8월 22일 취임해 지난달 21일 3년 임기를 마쳤다. 그러나 후임 인사가 결정되지 않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직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계약이 '국익을 저해하는 매국적 협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여당의 사퇴 압박이 이어지며 끝내 물러나게 됐다.

황 사장은 17일 언론을 통해 “사표를 낸 후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퇴진이 확정된 상태다. 사직서 처리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제청과 이재명 대통령의 수리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정부는 빠른 수리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교체 이후 책임론 불거져...與 “기술 주권 팔아넘긴 매국 협정”
황 사장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 전체회의에서도 사퇴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적절한 시기에 사퇴할 의지가 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하며 사실상 거취를 예고했다.

김 장관 역시 같은 회의에서 “공모 절차가 순리에 맞게 조속하게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교체 수순에 공감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사퇴의 결정적 배경이 된 웨스팅하우스 계약 논란은 지난 1월 체코 원전 수출을 위한 협정 체결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계약에 따르면 한수원과 한국전력은 향후 50년간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기술 사용료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를 미국 측에 지불하고, 약 9000억원 규모의 기자재도 구매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6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6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이뿐 아니라 북미·EU·영국·일본 등 주요 지역에서의 수주 제한, 차세대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수출 시 미국 승인 필수 조항 등도 함께 알려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황 사장을 정면 비판했다.

민주당 산자위 소속 의원들은 “국가의 이익과 주권을 송두리째 내어주는 굴욕적인 협정”이라며 “원자력 기술 주권을 내려놓는 매국적 행위”라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어 “임기가 끝난 사장이 수십년 원전 수출의 미래를 좌우할 협상을 주도하는 것은 권한 없는 자의 남용”이라며,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사장 공백 불가피...원전 수출 전략에도 ‘제동’
황 사장 퇴진으로 한수원은 당분간 사장 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운법상 후임 임명까지는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 공모 → 심사 → 장관 제청 → 대통령 수리 절차를 거쳐야 하며 통상 2~3개월 이상 소요된다.

특히 곧 출범 예정인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추석 연휴, 10월 국정감사 일정이 겹치면서 후임 사장 선임은 연내 완료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황 사장 퇴진 이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합작회사 설립 논의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 측과의 기술 협정과 수출 협상 등 핵심 논의가 정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황 사장은 한수원 재임 중 국내외 원전 사업 확대와 SMR 개발을 추진해 왔으며, 체코·사우디·폴란드 등 글로벌 원전 수출시장 진출을 위해 ‘팀 코리아’ 전략을 주도해온 인물이었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와의 계약이 외교적 종속성과 기술 주권 훼손 논란으로 확산되면서 결국 임기 종료 직후 퇴진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퇴장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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