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갑작스러운 연방 에너지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그린 수소 산업은 아직 죽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생산 능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그린암모니아 개발사 엔비전 에너지(Envision Energy)
미국의 갑작스러운 연방 에너지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그린 수소 산업은 아직 죽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생산 능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그린암모니아 개발사 엔비전 에너지(Envision Energy)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세계 수소산업이 성장 초입 단계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고비용과 규제 혼선으로 주요 국가들이 계획을 축소하거나 유보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기술 특허, 산업 확장, 그린 암모니아 실증 등 실행 중심의 압도적 속도를 보이며 글로벌 수소 패권을 겨냥하고 있다.

■ 中, 글로벌 생산능력 50% 점유…특허로 가격까지 낮췄다

2025년 5월, S&P 글로벌은 “중국은 현재 전 세계 그린수소 생산능력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 양적 성장만이 아니다. 일본 아스타뮤즈(Astamuse)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탄소중립 선언 이후 그린수소 특허를 폭발적으로 출원하고 있으며, 전해조 시스템 장비 가격을 유럽 대비 1/4 수준까지 낮췄다. 미국, 유럽 등 기존 수소 강국의 민간 기업들은 경쟁 압박을 느끼며 투자 계획을 조정 중이다.

■ 치펑(Chifeng) 프로젝트, 연간 30만톤 그린암모니아…日 마루베니와 계약

중국의 대표적 수소 프로젝트로는 내몽골 치펑(Chifeng)의 500MW급 그린암모니아 설비가 있다. 개발사 엔비전 에너지(Envision Energy)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30만 톤의 그린암모니아를 생산 예정이며, 일본의 마루베니(Marubeni)와의 오프테이크 계약 체결도 완료했다. 풍력·태양광 전력 기반의 자사 전해조 기술이 적용됐으며, 2025년 9월 전면 가동을 앞두고 있다.

■ 美, IRA 동결 속 민간 프로젝트 고군분투…e-연료(e-fuels)가 대안?

한편,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기반의 그린수소 허브 예산(70억 달러)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동결되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 중심의 틈새 프로젝트는 여전히 가동 중이다.

탈러스Ag(TalusAg)는 아이오와주에서 농업용 그린암모니아 생산 모델을 개발했고, 인피니엄(Infinium)은 텍사스 코퍼스크리스티에 이어 페코스(Pecos)에 제2의 e-연료 생산기지(프로젝트 로드러너)를 착공했다. 해당 시설은 연간 2.3만 톤의 지속가능 항공연료(SAF)를 생산하며, 브루클필드·브레이크스루 에너지 캐피탈 등 대형 투자자의 자금 지원도 확보했다.

e-연료는 그린수소와 포집 탄소(CO₂)를 합성해 기존 화석 연료 대체재(항공·해운·자동차용)를 생산하는 기술로, 수소 활용의 산업 확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 "전해조가 핵심"…美 스타트업, 설치비 60% 절감 솔루션 내놔

Infinium은 수소 생산을 위해 매사추세츠 기반 스타트업 일렉트릭 하이드로젠(Electric Hydrogen)의 HYPRPlant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솔루션은 사전 조립형 전해조로 설치비를 최대 60%까지 절감하며, 텍사스 업체 타이탄 프로덕션이 제작을 맡는다. 타이탄은 원래 석유·가스 설비 제조 기업이었으나, 최근 청정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 용어 설명 : 

· e-연료(electro-fuel) = 그린 수소(Green Hydrogen)와 포집된 이산화탄소(Captured CO₂)를 합성하여 생산되는 액체 또는 기체 연료로, 기존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기술은 특히 탄소 배출량 감축이 어려운 항공, 해운, 중장비 등 수송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e-연료 생산 과정은 크게 두 가지 핵심 단계로 나뉜다:
-그린 수소 생산: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여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하여 수소를 얻는다. 이때 생산된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기 때문에 '그린 수소'라고 불린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합성: 산업 공정이나 대기 중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를 직접 포집(Direct Air Capture, DAC)하거나, 바이오매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이렇게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앞서 생산된 그린 수소와 촉매 반응을 통해 메탄올, 암모니아, 합성 석유, 합성 메탄 등 다양한 형태의 e-연료로 합성된다. 대표적인 합성 방법으로는 피셔-트롭쉬(Fischer-Tropsch) 합성법이 있다.
e-연료는 생산 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활용하고, 연소 시 배출되는 탄소는 다시 포집하여 재활용할 수 있는 '탄소 순환(Carbon Cycle)' 구조를 가질 수 있어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e-연료는 기존의 화석 연료와 유사한 화학적 특성을 가지므로, 현재 구축된 주유소, 저장 탱크, 운송 파이프라인 등 기존 연료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대규모 인프라 전환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린 수소는 직접 연소되거나 연료전지에 사용될 수 있지만, e-연료로 변환함으로써 액체 형태로 저장 및 운송이 용이해져 수소 활용의 범위와 산업적 적용 가능성을 크게 확장시킨다. 특히, 에너지 밀도가 높아 장거리 운송이 필요한 항공, 해운 분야에서 매우 효과적인 대안이 된다.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기반의 연료 생산을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수입 의존도를 줄여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아직 e-연료는 높은 생산 비용, 효율성 문제, 그리고 대규모 생산을 위한 기술적 도전 과제들을 안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연구 개발과 투자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래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에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탈러스Ag(TalusAg) = 농업 기술 및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모듈형 그린 암모니아 생산 시스템을 개척하여 현지에서 비용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 회사는 공기, 물, 전력을 사용하여 암모니아를 생산함으로써 농업 분야의 핵심 원자재인 질소 비료의 비용을 안정화하고 공급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특히, 농업용 비료 외에도 산업용 냉매, 광업, 수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탈탄소화를 위한 그린 암모니아 솔루션을 제공한다.

· 인피니엄(Infinium) = e-연료(electrofuels) 기술 및 프로젝트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그린 수소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사용하여 초저탄소 합성 연료를 생산한다. 이 e-연료는 기존 화석 연료를 대체하여 항공, 해운, 트럭 등 운송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최대 90%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피니엄은 자체 기술과 공정을 통해 상업적 규모의 e-연료를 생산하고 있으며, 기존 엔진 및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드롭인(drop-in)' 연료를 제공하여 전 세계 공급망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하는 데 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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