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유EU 집행위원회 홈페이지
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유EU 집행위원회 홈페이지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유럽연합(EU)이 204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90% 감축하겠다는 법적 구속력 있는 목표를 명문화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EU 기후법(EU Climate Law)’ 개정안을 공식 발표하며 2030년 55% 감축 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Net-zero)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단계 이정표를 확정했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목표 선언을 넘어 온실가스 예산 도입, 국제 기후 크레딧 허용, CCS 포함, 부문 간 유연성 확보 등 다층적이고 실용적인 이행 수단을 제시한 점에서 주목된다.

EU 집행위는 “이번 제안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불확실해진 에너지 시장과 산업 변화, 안보 위기를 고려해 설계됐다”며 “기후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여건을 가속화하고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목표는 명확하며, 그 여정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라고 강조하며 EU가 장기적인 투자 신호와 시장 예측 가능성을 업계에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고품질 국제 크레딧 허용...“국경 넘어선 감축활동 인정”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는 ‘국제 기후 크레딧의 부분적 인정(최대 3%)’이다. 이는 EU 회원국이 비(非)EU 국가에서 탄소 감축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고, 해당 실적을 자국 감축 목표 달성에 반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또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도 국제 크레딧 인정 범위에 포함돼 온실가스 제거 솔루션의 다양성 확대가 기대된다. 철강, 농업 등 감축 난이도 높은 부문 간의 유연한 조정도 허용하면서 현실적인 이행 방안을 제시한 게 특징이다.

◇한국 산업계, ‘탄소 예산 시대’ 준비해야
우리에게 이 변화는 단순한 해외 정책의 변화로 끝나지 않는다. EU는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 중 하나로 기후정책이 곧 무역장벽이자 시장진입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EU는 이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FuelEU Maritime, CSDDD(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등 기후·지속가능성 규제를 무역에 직접 연계하고 있다. 이번 2040 목표 법제화는 그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유EU 집행위원회 홈페이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유EU 집행위원회 홈페이지

특히 한국 기업은 ‘온실가스 예산’이라는 개념에 대응한 설비 투자 및 배출 전략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향후 EU 수출을 지속하려면 CBAM 적용 범위 확장과 국제 크레딧 조달 전략, 배출권 선물거래(Forward hedge) 등을 포함한 다층적 대응 로드맵이 필수다.

또 고품질 국제 크레딧 인정이 시작되면서 국내 기업도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탄소감축 프로젝트(CDM, REDD+, CCS 등)를 발굴하고 크레딧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움직임이 요구된다.

◇“탄소투명성, 납품 자격으로 직결될 것”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환경규제가 아닌 ‘탈탄소 경쟁력’ 자체가 글로벌 시장 접근의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는 신호다.

“제품과 서비스 설계 단계부터 CBAM, F-Gas, 친환경 인증 요구를 반영하지 않으면 납품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는 지적도 산업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CSDDD와 CBAM이 결합되면 1차·2차 협력사의 탄소·인권 리스크 데이터 확보가 납품 자격 요건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공급망 전반의 배출량 및 리스크 정보를 사전적으로 확보·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MRV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결론은 “2040은 먼 미래가 아니다”
이번 EU의 2040년 목표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불과 10년 앞둔 ‘사실상의 마감 시간표’이자, 그 실현 가능성을 가늠할 핵심 기준이다. 유럽은 이를 법제화하고, 유연성과 실용성을 강화해 실행 경로를 제시했다.

이는 우리에게 탈탄소 정책이 ‘국제경쟁력의 전제조건’으로 재정의됐음을 의미하며, 정책·투자·무역 전략의 전면 재정비를 요구하는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

더불어 “EU는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 한국은 이 판에서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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