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에너지 회랑(Energy Corridor, Energy 回廊)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에너지 안보·경제 협력·지정학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원유·가스·전력망·수소·탄소저장(CO₂) 인프라를 아우르는 초국경 에너지 수송망은 생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며 국가 간 에너지 교역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열쇠로 작용하고 있다.
■ 에너지 회랑이란 무엇인가…‘에너지의 실크로드’
에너지 회랑은 자원 산지에서 주요 소비지로 석유·가스·전력·수소 등 에너지를 대규모로 운송하는 통합 인프라 경로를 의미한다. 파이프라인, 송전망, LNG·수소 터미널, 철도·항만 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구축되어 하나의 ‘에너지 고속도로(Energy Highway)’ 역할을 한다.
대표적 사례는 다음과 같다.
△중앙아시아–유럽 회랑: 카스피해 인근 가스를 터키·EU로 연결하는 TANAP-TAP 파이프라인
△러시아–중국 ‘파워오브시베리아(Power of Siberia)’ 가스 회랑
△아프리카–유럽 NMGP(Nigeria-Morocco Gas Pipeline)
△중동–유럽·아시아 원유 수송 회랑(사우디-홍해-지중해)
최근에는 재생에너지 전력망·그린수소·CO₂ 운송 회랑까지 확대되며 탄소중립 시대의 에너지 글로벌 가치사슬을 연결하는 핵심 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 지정학·경제 전략의 ‘게임 체인저’
에너지 회랑은 단순한 수송망을 넘어 국제 정치·경제 질서의 핵심 전략자산으로 간주된다.
△에너지 안보: 안정적 공급선 확보 및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
△경제 협력: 회랑을 중심으로 한 역내 산업단지, 전력·화학·수소 클러스터 형성
△지정학 영향력: 회랑 통제권을 가진 국가가 가격·물량·경로 결정력을 확보해 국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EU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아프리카·미국·중동 회랑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에너지 회랑 경쟁은 새로운 ‘자원 패권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 탄소중립 시대, ‘멀티에너지 회랑’으로 진화
향후 에너지 회랑은 기존 화석연료 중심에서 벗어나 다음과 같은 복합 기능을 수행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초고압송전(HVDC) 회랑: 사하라 사막 태양광→유럽, 호주 풍력→동남아 등
△그린수소·암모니아 회랑: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전용 파이프라인·선박 수송망 구축
△CO₂ 운송·저장(CCS) 회랑: 대형 탄소 포집 프로젝트와 연결된 CO₂ 파이프라인 구축
전문가들은 “향후 10~20년은 에너지 회랑을 누가 설계·통제하느냐가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기존 화석 연료 경로를 넘어 다중 에너지원을 아우르는 초국경 통합망 구축이 각국의 전략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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