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가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 연속 생산이 가능하도록 신규 투자한 바이오 원료 전용 저장탱크와 전용 배관 등 생산 설비/SK이노베이션 제공
SK에너지가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 연속 생산이 가능하도록 신규 투자한 바이오 원료 전용 저장탱크와 전용 배관 등 생산 설비/SK이노베이션 제공

[투데이에너지 신영균 기자] 2024년 국내 석유 분야에서 최대 이슈는 지속가능 항공유(SAF)와 '대왕고래 프로젝트'였다. SAF는 정부가 '확산 전략'을 발표 후 수많은 과제가 도출됐으나 본격적으로 추진 동력이 생겼다고 평가할만하다. 다만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등 암초에 부딪혔다. 올해 SAF와 '대왕고래'의 명암을 재조명해본다./편집자 주

■ 'SAF 확산 전략' 발표

정부가 8월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정유·항공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SAF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국내 공항에서 우리나라 항공사가 국산 SAF를 급유 후 국제선 정기운항을 실시하는 날에 이뤄져 의미를 더했다. 이날 S-OIL은 사상 최초로 국내 생산 SAF를 국제노선 여객기에 공급했다.

S-OIL은 인천공항-도쿄 하네다 공항을 정기 운항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SAF를 주 1회 공급한다고 밝혔다.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상용운항 정기노선 여객기에 국내 생산 SAF를 공급하는 것은 사상 최초였다. 이날 급유와 운항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20번째, 아시아에서는 4번째로 자국산 SAF 급유 후 첫 상용 운항을 시작한 나라가 됐다. 

'SAF 확산 전략'의 핵심 내용은 '민관 협력을 통한 자율적 SAF 사용 촉진'과 'SAF 혼합 의무화 제도 도입', '국내 SAF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 지원', '다양한 원료 기반 SAF 생산기술 고도화', '바이오연료 전반의 공급망 경쟁력 강화', 'SAF 법제화와 품질관리', 'SAF 탄소감축 관리체계 마련' 등이었다. 

이 가운데 '국제항공 탄소규제가 강화되는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의 모든 항공편에 1% 내외로 SAF 혼합 급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주목받았다. 

■ 정유업계, 본격적 SAF 생산 돌입

국토부는 향후 SAF 사용 의무화에 따른 항공사의 탄소절감 비용이 항공운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항공 운수권 배분 방식 개선과 가칭 ‘항공 탄소 마일리지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공항시설 사용료 인하 등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SAF 생산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마련할 계획이며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SAF 원료의 범위를 확대하고 국내 SAF 생산공장 신설 투자가 확정되면 인허가 등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 외 SAF 생산의 주 원료인 폐식용유 외에도 국내 기업이 사용을 희망하는 원료에 대해서는 SAF 생산 실증과 품질 검증을 지원할 예정이며 미세조류, 그린수소 등 원료 수급에 제한이 적은 차세대 원료 기반의 SAF 생산기술도 확보해 원료 공급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도 주목받았다.

이날 'SAF 확산 전략' 발표로 우리나라는 글로벌 SAF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SAF 사용 의무화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원료 물량 확보가 관건이었다. 

'SAF 확산 전략' 발표 이후 국내 정유업계는 본격적으로 SAF 생산에 돌입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는 SAF를 포함한 친환경 연료에 2030년까지 약 6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SAF 사용 의무화 정착까지 수많은 난관이 예상되나 'SAF 확산 전략' 발표로 해당 정책과 사업이 일단 이륙은 했다고 볼 수 있다. 

 

'웨스트 카펠라 호'가 시추 위치 현장에 도착 후 정박해 있다./한국석유공사 제공
'웨스트 카펠라 호'가 시추 위치 현장에 도착 후 정박해 있다./한국석유공사 제공

■ 석유공사, ‘대왕고래 프로젝트’ 돌입

SAF와 달리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암초에 부딪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3일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하자 여권에서는 환호가 쏟아졌으나 야권에서는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공방이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석유공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정부는 12월 첫 번째 탐사시추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10월 17일 울산 한국석유공사에서 처음으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與野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사업 타당성과 시추 성공률에 대해 날선 질의를 이어갔다.

■ 첫 시추 사업 예산 497억원 전액 삭감

이언주 의원은 “홍게구조가 20%, 방어구조는 17~24% 성공률이었음에도 시추 결과는 둘 다 실패했다”며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국회에서 예산 배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더불어민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에서 단독 처리한 내년도 예산 감액안에서 첫 시추 사업 예산 497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맞물려 시추 작업이 난항을 겪게 됐다. 12월 9일 '대왕고래'로 불리는 8광구와 6-1광구 북부 지역에서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확인할 시추선 '웨스트카펠라 호'가 부산항 남외항으로 입항 후 시추 현장으로 이동해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석유공사가 자체 예산으로 1차 시추 비용 1,000억 원을 마련했으나 추가 예산 확보는 불투명한 상황이며 대통령 탄핵 여부 등 변수가 많아 난항을 겪고 있다. 탄핵 정국 속에 일단 닻은 올렸으나 1차 시추 성과에 앞으로의 사업 추진 동력이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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