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기아 등 국내 기업들 전기차 판매 전략 타격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기자 ·김은국 기자 · 안후중 기자]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중심 산업 정책을 재개할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 경제와 산업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의 에너지와 자동차 산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완화된 환경규제와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트럼프의 자동차 정책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 의무 구매제를 폐지하고 내연기관 차량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예정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인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 현대차·기아 등 국내 기업들의 전기차 판매 전략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제공한다. IRA(Inflation Reduction Act)에 따라, 중고 전기차에 대해서도 최대 4,000달러의 보조금, 각 주정부는 추가적인 전기차 보조금이나 세액 공제를 제공하기도 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지난 2022년 도입된 IRA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에게는 이미 도전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아예 폐지할 경우,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내연기관차로의 회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북미 시장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한다는 의미이다.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1990년대 중반부터 멕시코를 생산기지로 삼아 북미 시장을 공략해왔다. 당시 멕시코는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1994년1월1일부터 발효) 혜택을 누리기 좋은 위치에 있었고, 낮은 생산 비용과 전략적인 위치 덕분에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이를 활용하여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멕시코산車 25% 관세 부과땐 한국 기업 수익성 악화 우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생산비용 증가로 인해 한국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멕시코 푸에블라(Puebla)주와 누에보 레온(Nuevo León)주 공장 등에서 미국 전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상당해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 관련 미국의 행정명령은 미국 에너지 생산 확대, 미국 우선 무역정책, 바이든 행정부 행정명령 철회 등이 언급됐다.
노무라증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일본의 마쓰다는 44%의 영업이익 감소, 도요타와 혼다도 20~3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닛산은 소형 전기차 생산 계획을 취소하는 등 생산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정부, 산업계와 협력 강화…한국 입장 적극 전달 노력
정부는 최근 ‘자동차 민관 대미협력 TF 회의’를 통해 산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측 정책 입안 초기 단계에서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측의 규제 완화가 단기적으로 내연기관차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한국의 전기차·수소차 중심 전략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한국 자동차 업계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압박으로 다가온다. 특히 미국내 생산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관세 부담과 시장 점유율 하락의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화석연료 개발 확대와 에너지 독립 선언, 친환경 에너지 전환 속도 둔화 등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 또한 에너지 산업의 도전이자 기회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 석유, 천연가스, 전력망 안정성 강화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화석연료 개발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선언은 미국 에너지부(DOE)가 주도하며, 석유, 천연가스, 전력망 안정성을 강화하고,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미국 내 석유·가스 생산량 증가를 의미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지난 2023년 기준 에너지 총 수입액이 약 1,714억 달러(약 247조원)에 달하는 등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유가 변동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시장 관련 데이터 분석회사 Kpler의 데이터에 따르면, LNG의 경우 한국은 2024년에 4,720만 미터톤의 초저냉유((ULNG, Ultra-Low Temperature Liquefied Natural Gas)를 수입했으며, 이 중 570만 미터톤은 미국에서 수입된 물량이다.
트럼프의 정책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 축소와 전통적 에너지 산업의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이는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전환 흐름과 상충되며,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재생에너지 보조금 축소는 태양광, 풍력 등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미, 파리협정 탈퇴땐 에너지 기업들 투자 결정 혼란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서 다시 탈퇴할 경우, 국제 기후 정책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약화되고, 이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장기적 투자 결정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 기업 역시 미국과의 에너지 협력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행정명령이 실제로 실행되기까지 서명 및 공표, 규제 및 실행 절차, 법적 검토,기관의 준비 시간 등 몇 주에서 몇 달이라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무역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기회로 삼아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미국 내 정책 결정 과정에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자동차 기업은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할 것을 강조한다. 즉,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 공장을 미국 내에 설립하여 관세 부담을 피하고, 동시에 현지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부는 ‘자동차 민관 대미협력 TF’를 통해 미국 정책 변화에 더욱 신속히 대응하고, 양국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에너지 수입국 한국, 다변화 전략 추진 예측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대비해 한국은 에너지 수입국으로서 다변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세계 최고의 LNG 수출국인 미국의 에너지 수출 확대를 기회로 삼아 LNG 등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변화된 시장 환경에서 기회를 선점할 계획이다.
미국이 기후 협정에서 탈퇴하더라도 한국 정부는 유럽연합, 일본 등과 협력하여 글로벌 기후 리더십을 유지해야 하고. 이를 통해 친환경 산업 육성과 지속 가능성 중심의 성장 전략을 추구해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한국의 주요 산업에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새로운 공급망 재편과 미국 내 투자 확대를 통해, 에너지 산업은 글로벌 협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중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정책적 대응과 민관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된 국제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이는 단순히 생존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서의 현재·미래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다.
■ 용어 설명
1. IRA (Inflation Reduction Act) = 2022년 8월16일 서명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후 변화 대응 법안. 주요 골쟈는 미국 경제를 재건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며, 보건 제도를 강화하는 것. 총 369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기후 및 에너지 관련 투자 계획을 포함.
2. 전기차 의무 구매제= 자동차 제조업체가 일정 비율의 전기차를 생산하거나 판매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 이 제도의 목적은 환경 보호와 온실가스 배출 감소, 미국 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 촉진.
3.자동차 민관 대미협력 TF= 한국과 미국 간의 자동차 산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현대자동차, 한국GM 등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기구. 주로 미국 내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와 관련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논의하고, 양국 간 무역 및 규제 문제 해결 위한 방안 모색.
4. 재생에너지 보조금 제도= 미국 정부가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하는 금융적 혜택과 세액 공제를 포함하는 제도. 주로 태양광, 풍력, 지열 및 수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기술을 지원하며 투자 세액 공제(ITC:Investment Tax Credit, 세액 공제 30%)와 생산 세액 공제(PTC:Production Tax Credit, 생산된 전력 1킬로와트시(kWh)당 일정 액수 공제) 등이 대표적인 형태.
5. 파리기후협정 (Paris Agreement)= 파리기후협정은 2015년 12월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국제환경협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