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와 배관가스를 합쳐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유럽 가스 수입의 핵심국으로 남아 있으며, 가격 급등의 트리거로 작용하는 지정학 리스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미지 편집
LNG와 배관가스를 합쳐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유럽 가스 수입의 핵심국으로 남아 있으며, 가격 급등의 트리거로 작용하는 지정학 리스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유럽연합(EU)이 2024년 3분기 동안 수입한 천연가스 중 20%, 즉 약 127억㎥(bcm·billion cubic meters)가 러시아산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분기 대비 2%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3년 차에도 EU의 에너지 탈러시아 정책이 불완전한 전환에 머물러 있음을 시사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공개한 ‘3분기 가스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산 가스의 비중은 팬데믹 이전인 2021년 1분기 대비 무려 64% 감소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 에너지 정책의 불안한 균형을 드러낸다.

2024년 3분기, EU는 총 640억㎥(64 bcm)의 천연가스를 수입했으며 이는 전분기 대비 8%, 전년 동기 대비 6% 줄어든 수치다. 이 중 배관가스(Pipeline Gas)가 67%,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가 33%를 차지했다.

놀라운 점은 러시아산 가스가 배관가스 수입의 20%, LNG 수입의 20%를 동시에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크라이나(Ukraine)를 통한 가스 수송 계약이 종료될 예정인 시점에서, 러시아산 공급에 대한 물리적·정책적 의존도가 여전히 상당하다는 의미다.

배관가스 기준으로는 노르웨이(Norway)가 47%로 최대 공급국 지위를 유지했고, 그 뒤를 북아프리카(North Africa, 16%), 영국(United Kingdom, 11%), 아제르바이잔(Azerbaijan, 6%)이 이었다. 특히 영국은 2분기 대비 비중이 상승하며 아제르바이잔을 제치고 4위로 부상했다.

이는 러시아 비중이 증가한 가운데 기존 주요국들의 점유율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공급원에 대한 의존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4년 3분기 유럽 천연가스 현물가격(TTF·Title Transfer Facility 기준)은 평균 35.4유로/MWh(약 3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3분기의 고점 대비 무려 82% 하락한 수준이나, 전년 동기 대비 7%, 직전 분기 대비 11% 상승했다.

특히 8월6일 러시아 쿠르스크(Kursk) 지역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의 공격 이후, 유일한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Sudzha Interconnection)이 위협받으면서 가격은 8월 8일 39.3유로까지 치솟았다. 다만 실제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시장은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았고 9월 평균 가격은 36.2유로로 다소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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