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전략 변화는 단순한 생존이 아닌, 새로운 규칙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 혁신’의 표현이다. /이미지 편집
중소기업의 전략 변화는 단순한 생존이 아닌, 새로운 규칙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 혁신’의 표현이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2025년 상반기, 중소기업의 전략 지형에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탄소중립(Net Zero)이라는 대의명분보다는 인공지능(AI)이라는 현실적 생존 도구가 우선순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국 기술 기업 바이오닉(Bionic)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넷제로 실천’을 후순위로 밀어냈으며, 63%는 AI 도입 계획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정책기조, 비용 압박, 기술 혁신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 ‘기후 선도’에서 ‘현실 대응’으로…중소기업의 균형 이동

한때 ESG 경영과 넷제로는 기업 이미지 제고와 투자 유치의 핵심 키워드였다. 그러나 고금리·고물가·고에너지비용의 ‘3고(高) 위기’ 속에서 중소기업은 탄소 감축보다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더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다.

옥스퍼드대 디터 헬름 교수는 “넷제로 전환에는 기업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설문에 응한 기업 중 4분의 1은 에너지 비용을, 3분의 1은 사회보험료(NICs) 인상을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 AI는 곧 생산성…‘넷제로는 장기, AI는 단기 전략’

넷제로는 투자 대비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반면 AI는 도입 즉시 업무 효율과 고객 응대, 마케팅 등에서 실질적 성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선 더욱 매력적이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현재 영국 내 5개 기업 중 1곳은 이미 AI를 활용 중이며, 향후 도입률은 더 빠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이는 단지 기술 채택을 넘어, 중소기업이 ‘환경을 위한 기업’에서 ‘기술을 통한 생존 기업’으로 전략축을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트럼프發 정책 회귀와 규제 완화…정책 신뢰도 흔들

국제적으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상당수가 폐기 또는 후퇴되면서, 넷제로 정책에 대한 글로벌 신뢰도도 흔들리고 있다. 영국은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금지 시점을 2035년으로 연기했으며, 실효성이 낮은 일부 규제에 대한 재검토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여전히 넷제로를 경제 성장의 축으로 삼고 있으나, 정책 일관성 부족과 정치권 이견 속에서 기업 현장은 이미 ‘디지털 전환’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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