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국제에너지기구(IEA)를 둘러싼 글로벌 거버넌스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의 에너지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IEA에 대해 에너지 전환 중심 노선을 수정하고, 설립 취지였던 에너지 공급 안정성 강화에 집중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IEA는 1974년 설립 이후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으나, 지난 10여년간은 탄소중립(Net Zero) 달성을 목표로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수소경제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최근 들어 기존 유전 및 가스전 투자 필요성을 인정하는 등, 에너지 공급망 안정성을 다시 주요 의제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기조가 수정되고 있다.
IEA 재편 움직임은 한국의 에너지 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LNG와 원전의 역할이 재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안보 강화가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면서, 한국 역시 LNG 공급선 다변화, 원전 확대 활용 전략을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둘째,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전환 속도에도 조정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신재생 투자 집중 전략을 일부 수정할 경우, 한국 내 대형 해상풍력·수소 프로젝트 역시 일정 재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셋째, 탄소중립 이행 로드맵에도 유연성이 요구될 전망이다. '2050 탄소중립'이라는 최종 목표는 유지하되, 이행 경로와 속도, 수단에 있어 CCUS(탄소포집·활용·저장)나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보다 현실적인 기술조합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해지고 있다.
한국은 '탄소중립' 또는 '에너지 안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오히려 두 축을 동시에 최적화하는 복합전략이 요구된다. 에너지 믹스 재구성,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산업부문 탄소감축 가속화 등 다층적인 정책 설계가 앞으로 한국 에너지 정책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