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국제에너지기구(IEA)를 둘러싼 글로벌 에너지 거버넌스가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IEA에 대해 에너지 전환 중심 기조를 수정하라고 강력히 압박하면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대전제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IEA는 1974년 아랍 산유국들의 석유금수조치 이후, 선진국들의 에너지 공급 안보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다. 하지만 최근 10여년간 IEA는 '2050 탄소중립(Net Zero)' 달성을 목표로, 전기차, 재생에너지, 수소경제 등 탈탄소 중심 전략을 강화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IEA의 방향 전환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IEA가 설립 취지로 돌아가 화석연료 공급 안정과 에너지 안보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며, "미국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으면 IEA를 약화하거나 무력화하겠다"고 경고했다. IEA 예산의 약 25%를 부담하는 최대 지원국이라는 점을 내세운 강경한 압박이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IEA가 지속적으로 탈탄소 에너지 전환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에너지 안보만을 강조하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국제적 합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OPEC은 미묘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IEA가 최근 기존 유전·가스전 투자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자, OPEC은 "IEA가 에너지 현실에 기반한 분석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며 환영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오랫동안 IEA의 에너지 전환 압박을 비판해온 OPEC의 기존 입장과 맞물린다.
IEA를 둘러싼 구조 재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미국 주도로 IEA가 에너지 안보 중심으로 재구조화되는 방향이다. 둘째,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심화돼 IEA 내부가 양분화될 가능성이다. 셋째,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전환을 병행 추진하는 절충안 도출이다.
전문가들은 절충안 도출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IEA는 탈탄소 전환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공급 안정성에 대한 분석과 대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조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국제기구 내부의 이견을 넘어, 향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투자 흐름과 정책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확산 속도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모두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