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에너지기구(IEA)를 상대로 에너지 전환 중심의 정책 기조를 수정하라고 강력히 압박하고 있다.
POLITICO가 최근 IEA 내부 회의 상황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IEA가 원래의 설립목적인 에너지 안보와 화석연료 공급 안정성 확보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IEA는 1970년대 아랍 산유국들의 석유금수조치 이후, 선진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간, IEA는 '2050 탄소중립(Net Zero)'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집중해왔다. 전기차(EV) 보급, 재생에너지 확대, 수소경제 촉진 등 탈탄소 로드맵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왔으며, 2021년에는 "2050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신규 석유·가스 개발은 필요 없다"고 선언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도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기조를 전면 수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IEA의 최대 자금 지원국(전체 예산의 약 25% 부담)으로서, "IEA가 미국의 가치와 방향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약화시키거나 무력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국제기구에 대해 취해온 접근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
유럽 국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강한 반발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유럽은 IEA가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 목표를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 간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IEA 내부의 정책 방향을 둘러싼 긴장과 균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IEA는 최근 기존 유전과 가스전 투자 지속 필요성을 인정하는 등 일부 입장을 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OPEC은 이에 대해 "IEA가 에너지 현실에 기반한 분석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에너지 거버넌스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IEA의 정책 방향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 미칠 파장도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