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입지 반대 집회 / 송전선로 경유 대책위원회 제공.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입지 반대 집회 / 송전선로 경유 대책위원회 제공.

[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대전지방법원이 신정읍에서 신계룡을 잇는 송전선로 입지 선정과정에서 한국전력공사의 절차적 하자를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전지법 제21민사부(김순한 부장판사)는 21일 충남 금산 등 지역 주민들이 한전을 상대로 낸 '입지선정위원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기존 인용 결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이 지난 2월 18일 내린 가처분 결정을 취소한다"며 "주민들의 가처분 신청을 모두 각하하고, 소송비용은 주민들이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광범위한 사업지역, 직접적 피해 입증 어려워

법원은 판결 이유로 "이 사건 사업대상지역은 전북, 충남, 대전의 15개 시·군·자치구를 포함하는 광대한 지역"이라며 "최적경과대역 또한 사업대상지역 면적의 3분의 1에 달해 여전히 광범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송전선로 등이 설치되거나 영향을 받게 되는 지역은 최적경과대역의 극히 일부에 불과해, 최적경과대역 내 주민이라는 사정만으로 생활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전 내부규정 위배, 법적 무효 아니다

재판부는 또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등 시행기준은 한전의 자체 내부규정으로,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이 사건 결의가 시행기준에 위배됐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위법하거나 무효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주민들이 제기한 절차상 하자에 대해서도 "한전이 입지선정위원회 위원 선정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하나, 이 사건 결의를 무효로 할 정도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가 전력수급 계획 차질 우려

법원은 "사업 절차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이 사건 결의의 효력이 정지돼 한전이 후속 절차로 나아가지 못하면 국토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력수급계획 전체에 상당한 차질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민들 "한전 편향 판결" 강력 반발

이에 대해 박범석 송전선로 경유 반대추진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은 "국민권익위원회도 재검토 의견을 밝히는 등 입지 선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를 인정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 위원장은 "한전의 시행기준이 대외적인 구속력이 없는 결정이라면, 주민들도 입지선정위원회가 내린 결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주민들도 명분 있는 국책사업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정읍에서 계룡까지 설치돼 있는 기존 선로 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며 "주민들은 최적경과대역이 확정될 때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국가사업을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수용성 등 여러 측면에서 갈등과 피해만 가중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전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전북 정읍시와 충남 계룡시를 잇는 345kV 고압 송전선로 건설 사업을 2029년 12월 준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한전은 자체 규약인 '전력영향평가 시행 기준'에 따라 2023년 8월 말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한 뒤 같은 해 12월 금산군 진산면 등을 경유하는 최적 경과 대역을 확정했다.

주민들은 한전이 입지선정위원회 위원 선정 과정에서 ▲주민대표를 전체 위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해야 함에도 이에 미치지 못한 점 ▲사업구역 내 거주 주민이 아닌 지방의회의원과 공무원을 주민대표로 구성한 점 ▲주민 사업설명회를 거치지 않은 점 등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대전지법 제24민사부는 지난 2월 18일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이 상당한 정도의 소명을 갖췄다"며 주민들 손을 들어줬고, 한전은 이에 불복해 가처분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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