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에너지의 가스전./국제가스연맹 제공
카타르에너지의 가스전./국제가스연맹 제공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기자] 세계 3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카타르가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에 대한 불만을 표명하며, 필요한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축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에너지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카타르의 이러한 입장은 EU 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벨기에 정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카타르 에너지 장관이자 카타르에너지 최고 경영자인 사드 알 카비는 지난 5월 21일자 서한에서 EU가 공급망 내 인권 및 환경 문제를 기업이 찾아 해결하도록 의무화하는 CSDDD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서한에서 "CSDDD에 추가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카타르와 카타르에너지는 보다 안정적이고 환영받는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는 EU 외부의 대체 시장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카타르는 CSDDD가 파리 협정 목표인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들이 기후 변화 전환 계획을 수립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서한에는 "카타르 국가나 카타르에너지는 가까운 시일 내에 순 제로를 달성할 계획이 없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CSDDD가 파리 협정 목표에 대한 각 국가의 기여를 설정할 수 있는 권리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에 카타르는 해당 조항의 삭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5월 13일 카타르로부터 서한을 받았음을 인정하며, 현재 EU 의원들과 회원국들이 CSDDD 변경을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EU는 이미 올해 초 CSDDD의 시행을 2028년 중반으로 1년 연기하고, 기업의 공급망 축소 요구 등 일부 요건을 완화하는 변경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카타르는 이러한 EU의 변화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CSDDD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전 세계 매출의 최대 5%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카타르는 유럽 LNG 수요의 약 12%에서 14%를 공급하며 유럽의 에너지 위기 완화에 기여해 왔다. 카타르에너지는 쉘, 토탈에너지, ENI 등 주요 유럽 기업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어, 카타르의 결정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논쟁은 환경 보호와 인권 존중이라는 EU의 가치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이라는 현실적 필요성 사이에서 EU가 직면한 복잡한 균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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