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3대 수출국 카타르, EU의 '공급망 실사법'(CSDDD)에  반발하고 있다. 
LNG 3대 수출국 카타르, EU의 '공급망 실사법'(CSDDD)에  반발하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세계 3위 LNG 수출국 카타르가 유럽연합(EU)‘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에 강하게 반발하며,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한 LNG 공급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이 러시아 의존 탈피를 위해 대체 공급처로 육성해온 주요 파트너인 카타르의 이 같은 반응은 EU 에너지 전략의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CSDDD, 인권·환경 책임 강화…“공급국 입장 고려 부족”

문제의 발단은 EU가 최근 채택한 CSDDD 지침이다. 이 지침은 연매출 4억5000만 유로 이상 또는 직원 수 1000명 이상인 대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전반에 걸친 인권 침해 및 환경 파괴 여부를 사전 실사하고, 문제 발견 시 시정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해당 법안이 ‘일방적인 가치관 강요’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자국 기업 및 공급망이 부당한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타르는 “지침이 수정되지 않을 경우, 유럽보다 다른 시장으로의 수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 러시아 의존 탈피 핵심축이던 카타르…유럽 타격 불가피

카타르는 미국과 호주에 이어 세계 3위 LNG 수출국으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히 늘어난 유럽의 LNG 수입에서 12~1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유럽연합의 핵심 전략에서 카타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

카타르가 수출 방향을 아시아나 중남미 등 대체 시장으로 돌릴 경우, 유럽은 향후 겨울철 가스 수급 안정성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특히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주요 EU 국가들은 이미 카타르와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중단 또는 축소 가능성만으로도 시장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 유럽위원회, 지침 완화 제안…정치적 줄다리기 본격화

이 같은 반발에 따라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최근 각 회원국에 CSDDD 지침의 단순화 및 예외 조항 마련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제3국 공급자의 현실을 반영한 ‘탄력적 적용’ 방식이 주요 조정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유럽 내에서도 기업 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사회 및 정치세력의 반발이 거세, 법안 수정 여부는 당분간 치열한 정치적 협상의 영역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주요 국가들의 입장이 향후 에너지 정책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 균형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 용어 설명 :

 ·  CSDDD(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권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식별하고 예방·완화하도록 의무화하는 새로운 유럽연합 법안. 이 지침은 2025년 7월 발효됐으며, 직원 1000명 이상이거나 전 세계 매출 4억5000만유로를 넘는 EU 기업, 그리고 EU 내에서만 4억5,000만유로 이상 매출을 올리는 비EU 기업에 적용된다. CSDDD는 기업이 자사 및 자회사, 그리고 공급망·협력사의 활동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예: 아동 노동)나 환경오염 등 부정적 영향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파리협정의 기후 중립 목표와 유럽 기후법의 중간 목표에 부합하는 기후변화 대응 전환계획도 수립해 실행할 의무가 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권 및 환경 리스크를 식별, 평가, 방지, 완화할 수 있는 내부 정책과 시스템 구축 △실제 혹은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에 대해 예방조치 및 시정조치 시행 △이해관계자와의 실질적인 소통 및 신고 절차 마련 △실사 정책 및 조치의 효과성 모니터링과 공개보고 의무 부여 △기후변화 대응 전환 계획 수립과 실행 △위반 시 전체 연 매출의 최대 5%에 해당하는 벌금,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부여
각 회원국은 감독기관을 지정해 관리·감독하며, 유럽연합 차원의 감독 네트워크도 구성된다. 중소기업은 직접적 의무 대상은 아니지만, 대기업의 공급망에 속할 경우 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지침은 유럽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강화를 촉진하고, 글로벌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환경 보호와 인권 보장을 강화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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