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유럽연합(EU)이 최근 확정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은 유럽 내 활동하는 대형 기업에 대해 전 세계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환경 피해를 예방·감축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다. 이 규정은 전통적으로 탄소집약적인 산업으로 분류되는 LNG 거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LNG 장기계약(20년간 or 25년간)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Well-to-Tank 기준) △메탄 누출 관리 수준 △탄소중립 인증·오프셋 방식 등이 계약 조건과 가격에 새로운 ‘프리미엄’ 또는 ‘페널티’ 요소로 작동할 전망이다.
■ 계약 구조 변화: ‘탄소중립 조항’이 표준화될 가능성
기존 LNG 계약은 주로 유가 연동(JCC) 또는 가스허브(TTF, Henry Hub) 인덱스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해왔다. CSDDD가 발효되면, 탄소배출량(gCO₂e/MJ)이 낮은 LNG에 ‘그린 프리미엄’을 인정하거나, 기준치를 초과하면 가격 디스카운트·위약금을 적용하는 새로운 모델이 부상할 수 있다.
미국·카타르·나이지리아 등 주요 공급국의 일부 프로젝트는 이미 탄소포집저장(CCS)·메탄 감시 시스템을 도입 중이다. 향후 EU 수입업체는 청정 LNG 인증서(Voluntary Carbon Standard, OGMP 2.0 등) 보유를 계약 필수조건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CSDDD는 ESG 리스크가 확인될 경우, 구매자가 계약 해지·중단 권리를 행사할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이는 장기계약 안정성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 일부 공급자는 단기·스팟 계약 비중 확대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 가격 영향: ‘청정 LNG’ 프리미엄 + 탄소 리스크 할증
CSDDD 규제는 LNG 공급망의 탄소·메탄 배출 감축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CCS 설비 설치, 메탄 감시·누출 저감 장치 도입 비용이 MMBtu당 0.2~0.5달러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일부 프로젝트는 ‘탄소중립 LNG’를 기존 계약보다 약 5~10% 높은 가격에 제안하고 있으며, 유럽 수입업체가 CSSD 대응을 위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ESG 리스크가 높은 공급국(메탄 관리 미흡, 가스플레어링)에서 생산된 LNG는 계약 체결 시 ‘가격 할인 요구·계약기간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Venture Global, Cheniere 등은 탄소배출 추적 시스템 및 실시간 모니터링 플랫폼을 계약에 포함시킬 계획을 발표했다.
카타르는 대규모 LNG 증산(‘노스필드 확장 프로젝트’)과 함께 OGCI(석유·가스 기후이니셔티브) 표준을 적용, EU 고객 확보를 위한 ESG 대응을 강화 중이다 다만, CSSD가 非EU 거래까지 영향을 확산시킬 경우 아시아로 수출 다변화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러시아·아프리카 일부 생산국은 ESG 규제 준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법제화가 미흡해, EU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질 전망이다.
향후 LNG 시장은 ‘탄소배출 관리 수준’이 가격 결정 요인이 되는 이중 트랙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청정 LNG 프로젝트가 자금 조달·계약 체결에서 우위를 점하며, 탄소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는 금융조달과 판매 모두 어려워질 전망이다.

■ 용어 설명 : ·
ㆍCSDDD(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권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식별하고 예방·완화하도록 의무화하는 새로운 유럽연합 법안. 이 지침은 2025년 7월 발효됐으며, 직원 1000명 이상이거나 전 세계 매출 4억5000만유로를 넘는 EU 기업, 그리고 EU 내에서만 4억5,000만유로 이상 매출을 올리는 비EU 기업에 적용된다. CSDDD는 기업이 자사 및 자회사, 그리고 공급망·협력사의 활동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예: 아동 노동)나 환경오염 등 부정적 영향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파리협정의 기후 중립 목표와 유럽 기후법의 중간 목표에 부합하는 기후변화 대응 전환계획도 수립해 실행할 의무가 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권 및 환경 리스크를 식별, 평가, 방지, 완화할 수 있는 내부 정책과 시스템 구축 △실제 혹은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에 대해 예방조치 및 시정조치 시행 △이해관계자와의 실질적인 소통 및 신고 절차 마련 △실사 정책 및 조치의 효과성 모니터링과 공개보고 의무 부여 △기후변화 대응 전환 계획 수립과 실행 △위반 시 전체 연 매출의 최대 5%에 해당하는 벌금,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부여
각 회원국은 감독기관을 지정해 관리·감독하며, 유럽연합 차원의 감독 네트워크도 구성된다. 중소기업은 직접적 의무 대상은 아니지만, 대기업의 공급망에 속할 경우 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지침은 유럽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강화를 촉진하고, 글로벌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환경 보호와 인권 보장을 강화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ㆍ탄소 배출량(Well-to-Tank 기준) = 천연가스 등 에너지원이 생산지인 유전(Well)에서부터 최종 연료 저장 및 공급 지점인 탱크(Tank)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한다. 이 기준은 원유나 천연가스의 탐사, 생산, 처리, 운송, 저장 및 유통 과정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모두 포함해 평가함으로써 연료의 전체 탄소 발자국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데 활용된다. 최근 LNG 장기계약에서는 이와 같은 Well-to-Tank 탄소 배출량이 계약 조건에 반영되어, 저탄소 및 친환경 공급원을 선호하거나, 탄소 배출량에 따라 가격 프리미엄 또는 페널티가 적용되는 새로운 환경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ㆍ가스 플레어링(gas flaring) = 유정(석유나 가스 시추 현장)에서 대기 중으로 새는 가스를 통제된 상태에서 연소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주로 석유 시추 과정에서 함께 발생하는 천연가스나 메탄 등의 가연성 가스를 안전상의 이유로 태워 없애는 것으로, 이는 대기로 유해 가스(황화수소 등)가 직접 방출되거나 일정 농도 이상 축적되어 폭발 위험이 있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플레어링은 유정을 둘러싼 안전을 확보하고 가스의 즉각적 방출(벤팅)보다 환경과 안전에 상대적으로 덜 해로운 대체 수단으로 사용되지만, 대규모 플레어링은 상당한 이산화탄소 및 메탄 배출로 인해 기후변화 문제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는 플레어링 감축과 종식을 위해 다양한 규제와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 LNG 장기계약(Long-term LNG SPA, Sales and Purchase Agreement) = 15년에서 25년 범위에 형성되며, 전통적으로 20년 전후(18~22년)가 가장 표준적인 계약 기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역사적 평균(2000~2015년)은 20~25년, 최근 추세(2016~2025년)는 15~20년 (유럽·아시아 수요 변화, 에너지 전환 불확실성 반영)이다. 최근에는 5~10년 단기 계약 또는 스팟(Spot) 거래도 확대되고 있어, 25년 이상 초장기 계약은 드물어지는 추세이다.
스팟(Spot) 거래는 상품이나 금융자산을 즉시 또는 단기간 내에 현물 가격으로 사고파는 거래 방식을 의미한다. 특히 에너지 시장에서는 LNG나 원유, 천연가스 등의 실제 인도와 대금 결제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거래를 말한다. 스팟 거래는 장기 계약과 달리 시장 상황에 따른 가격 변동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어 가격 투명성과 유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 유가 연동(JCC, Japan Crude Cocktail) = 주로 아시아 지역 LNG 장기계약에서 사용하는 가격 산정 지표로, 일본에서 수입하는 원유 가격을 기반으로 산출된다. JCC는 여러 종류의 원유를 혼합해 산출한 평균 원유 가격으로, LNG 가격이 석유 시장의 변동에 연동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아시아 수입사와 산유국 간의 전통적인 가격 책정 방식으로 활용돼 왔으나, 최근에는 시장 유연성 부족과 가격 변동성 우려로 조정이 진행 중이다.
· 가스허브 인덱스(Gas Hub Index) = 천연가스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에서 형성되는 시장 가격을 반영하는 지표로, 대표적인 것으로는 유럽의 TTF(Title Transfer Facility)와 미국의 Henry Hub가 있다.
TTF는 네덜란드에 위치한 가스거래 허브로,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을 대표하며, 실시간 거래를 통해 가격이 결정된다. Henry Hub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주요 가스 파이프라인 접속점으로, 미국 천연가스 가격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가스허브 인덱스 기반 가격 산정은 시장 투명성과 가격 신속 반영이 뛰어나며, 최근 LNG 계약에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 North Field 확장 프로젝트 = 세계 최대 가스전인 카타르의 노스필드(North Field) 가스전에서 LNG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두 단계로 진행되는데, 1단계인 노스필드 이스트(North Field East, NFE) 프로젝트는 4개의 신규 LNG 생산 라인을 건설해 연간 생산 능력을 약 1억 1000만 톤까지 높이는 데 목표를 둔다.
2단계인 노스필드 사우스(North Field South, NFS) 프로젝트에서는 추가로 2개의 LNG 생산 라인을 더해 최종적으로 연간 약 1억 2600만 톤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카타르에너지는 이와 함께 ‘노스필드 웨스트(North Field West, NFW)’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며, 이는 2030년까지 육상 LNG 생산 능력을 더욱 확장할 예정이다.
이번 확장 사업은 카타르가 현재 약 7700만 톤 수준의 LNG 생산 능력을 2030년까지 약 1억 4200만 톤으로 nearly 두 배에 가깝게 늘려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서 입지를 강화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등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건설 및 엔지니어링 기업들도 참여해 EPC(설계·조달·건설) 계약을 수주하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노스필드 확장 사업은 글로벌 에너지 수요 증가와 관련해 카타르가 안정적인 LNG 공급을 확보하고, 전략적 시장 대응을 강화하는 전략적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 OGCI(Oil and Gas Climate Initiative, 석유·가스 기후이니셔티브) = 2014년에 설립된 글로벌 석유·가스 산업 내 12개 주요 기업들의 협의체로, 업계가 집단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가속화하기 위해 활동한다. OGCI는 회원사들의 전반적인 탄소 집약도를 줄이고, 메탄 배출 저감, 에너지 효율 향상, 가스플레어링 감축,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 도입 등 다양한 환경 친화적 전략을 추진하며, 2025년까지 석유·가스 생산과정에서의 탄소집약도를 2017년 대비 낮추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했다. 이들은 투명한 성과 보고와 넷제로 달성을 위한 지속적인 개선을 약속하며, 업계 내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는 표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OGCI 표준은 이러한 지속가능성과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회원사 간 협력과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환경 기준과 실행 지침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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