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글로벌 LNG 운반선 발주 시장이 지정학적 긴장, 무역 규제, 금융 불확실성 등 복합 요인으로 단기 주춤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 규제 강화, 미국·유럽의 대규모 LNG 구매 계약 확대 등 구조적 수요 요인이 여전해 2025년에는 발주 재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 LNG 운반선 보냉재 원천 기술 선도 기업 GTT(Gaztransport et Technigaz)는 2025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LNG 운반선 발주시장이 1~2년의 숨 고르기 국면을 거친 뒤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2025년 이후 인도 예정인 LNG선은 연간 3800만톤(MTPA) 이상의 운송 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LNG 수출 최종투자결정(FID)은 2023년의 7600만톤에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중동·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지정학 리스크 △미국 LNG 수출 프로젝트의 환경 인허가 지연 △EU의 친환경 규제 강화 △금리 고공 행진과 금융 조달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또한 IMO(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 강화와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가능성, 디젤 및 연료유 가격 변동성이 발주 시기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LNG선 발주 재개 시점부터 △에너지 효율 설계지수(EEDI) 및 탄소집약도지표(CII) 규제 충족 △메탄 슬립 저감 기술 △LNG 연료 추진선의 확대 등 친환경 사양 적용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한국 조선 3사는 이미 고효율·저탄소 LNG선 설계 기술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 2025년 발주 회복 시 대규모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용어 설명 :
· GTT(Gaztransport et Technigaz) = 글로벌 LNG 운반선 시장에서 보냉재(냉매) 원천 기술을 선도하는 프랑스 기업. GTT는 LNG 운반선에 적용되는 크라이오제닉(초저온) 막형 보냉 시스템을 개발·공급하며, 세계 주요 조선소와 해운회사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기술인 Mark III, NO96 등 다양한 막형 보냉 시스템을 제공한다. GTT의 막형 시스템은 얇고 강인한 스테인리스강 또는 인바(니켈·철 합금) 막이 LNG를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에너지 효율성과 적재 용량 최적화 등에서 타 경쟁 기술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강화된 폴리우레탄 폼(R-PUF) 및 환경친화적인 HFO 계열 발포제 등 최신 소재를 도입하여, LNG의 자연 증발률(Boil-Off Rate)을 대폭 감소시키고 있다.
GTT의 2025년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회사는 매출액 32% 증가와 68%의 높은 EBITDA 마진을 달성했으며, 중장기적으로 LNG 운반선 발주시장이 1~2년간 숨 고르기 국면을 거친 뒤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고성장 국면을 맞아 전 세계 LNG 연료·운반 분야에서 약 25%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GTT 기술의 우수성은 △적재 효율 △건조·운영 비용 절감 △환경 규제 대응 △글로벌 인증기관의 신뢰성 등 여러 측면에서 인정받으며, 조선소 및 선주에 맞춤형 엔지니어링 서비스도 제공해 LNG 운반선 보냉 기술의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ㆍ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탄소국경조정제도) =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해 역외에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비료 등 주요 산업 제품에 대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만큼의 비용을 추가로 부과한다.
이 제도는 유럽 내 생산업체들이 부담하는 탄소비용과 동일한 수준의 부담을 해외 기업에도 적용함으로써, 탄소배출이 적은 친환경 생산을 유도하고, 탄소규제가 약한 국가로 제조업이 이전되는 ‘탄소누출’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CBAM 도입은 EU의 ‘탄소중립’ 달성과 공정한 무역 환경 조성을 위한 핵심 정책 중 하나로 평가된다.
· EEDI(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 에너지 효율 설계지수) =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도입한 국제규제 지표다. 신조선의 설계 단계에서 해당 선박이 1톤의 화물을 1해리 항해할 때 배출되는 CO2량을 산출해, 정해진 허용기준치를 초과하면 인도나 취항이 금지된다. EEDI는 주로 2013년 이후 건조된 400톤 이상의 선박에 적용되며, 엔진 성능, 연료소비량, 선박 속도, 적재 용량 등 여러 요인을 반영해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 선박 건조를 유도한다.
· CII(Carbon Intensity Indicator, 탄소집약도지표) 규제 = 2023년부터 시행된 IMO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5,000톤 이상의 국제 항해 선박이 실제로 1년간 운항하며 화물 1톤을 1해리 운송할 때 배출하는 CO2량을 연료 사용량과 운항거리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하여 지수화한다. 산출된 CII 값에 따라 A~E까지 다섯 단계의 등급이 부여되며, D등급을 3년 연속, 혹은 E등급을 1년 이상 받은 선박은 에너지효율 개선계획(SEEMP)을 수립하여 인증받아야 한다. 규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운항이 제한될 수 있으며, 해운사의 경쟁력과 친환경 이미지에도 영향이 크다.
· Methane Slip(메탄 슬립) = LNG 연료 추진 선박의 엔진에서 완전히 연소되지 않은 메탄(CH4)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메탄은 CO2보다 약 21배 높은 지구온난화지수(GWP)를 지녀 국제적 규제와 친환경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이를 저감하기 위한 대표적 기술에는 엔진 연소실의 틈새 부피 감소 설계, 직접가스분사(Direct Gas Injection) 방식, 소프트웨어 기반 밸브 타이밍 조절, 배기가스 재순환(EGR) 및 후처리 촉매 기술 등이 있다. 업계에서는 엔진 설계 혁신과 신뢰성 높은 평가 체계 마련을 통해 메탄 방출량을 최소화하고, IMO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 GWP(Global Warming Potential, 지구온난화지수) =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방출되었을 때, 이산화탄소(CO₂)의 온난화 효과를 기준으로 그 가스가 일정 기간 동안 지구온난화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나타내는 상대적 지표다. GWP는 특정 온실가스 1kg이 태양복사에너지를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효과를, 이산화탄소 1kg의 영향과 비교해 산출한다.
예를 들어, 메탄(CH₄)의 GWP는 약 21~25로, 이는 메탄 1kg이 CO₂ 21~25kg과 같은 수준으로 온난화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육불화황(SF₆)은 23,900에 달해 매우 높은 온난화 효과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지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산정할 때 국제적 기준으로 사용되며,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 등 주요 환경협약에서 배출량을 CO₂ 동등량으로 환산하는 데 활용된다. GWP 값은 그 온실가스의 대기 중 수명과 복사효율(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 능력) 등 과학적 특성을 반영해 결정된다. 지구온난화지수는 각 온실가스의 단위 질량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정량화하여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과학적·정책적 핵심 수치다.
- [분석] EU CSDDD, LNG 장기계약의 판도 흔드나
- [초점] EU 탄소규제 강화, LNG 공급망 균열 조짐
- [에너지 인사이트] EU의 CSDDD, LNG 공급망 리스크 우려
- 이산화탄소 잡고 연료로 바꾼다…삼성중공업 OCCS 실증 ‘청신호’
- [분석] AI로 인한 탄소배출 ↑, 글로벌 메가 기업 구글도 “기술만으론 부족” 한계
- 카타르, LNG선 200척 발주 전망… 한국 조선 3사 ‘수혜 기대’
- 글로벌 LNG운반선, 9% 유휴 상태…신규 프로젝트 지연·해체 본격화
- 정부·조선3사 손잡고 K-LNG 화물창 개발 가속
- [초혁신경제] K-LNG 화물창, GTT 독점 깨고 글로벌 패권 도전
- HD현대·SK해운, AI 화물운영 솔루션 실증
- GTT, 아프리카 해상 FLNG 탱크 설계 수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