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정부가 지난 8월22일 발표한 ‘혁신 경제 15대 프로젝트’는 단순한 연구개발 지원이 아닌 산업 패권 전략으로 성격이 규정된다.
특히 ‘한국형 LNG 화물창 국산화’와 ‘수소·암모니아 에너지 전환 기술’ 육성은 조선·에너지 산업에서 한국의 글로벌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는 핵심 축이다.
■ 한국의 현실: LNG 화물창 종속과 산업적 비용
현재 LNG 운반선 화물창 시장은 사실상 프랑스 GTT의 독점 구조다. 국내 조선소가 LNG선을 건조할 때마다 척당 100억~200억 원의 로열티를 해외에 지급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조선소 매출의 약 5%에 해당한다. 글로벌 발주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술 종속은 곧 비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한국 조선업계는 LNG 운반선 건조 점유율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핵심 기술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향후 액화수소·암모니아 등 차세대 연료 선박으로 확장할 때도 동일한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 일본: 기술·신뢰성 기반의 틈새 전략
일본은 LNG선 건조 점유율에서는 한국에 크게 밀렸지만, 선급 승인과 신뢰성 데이터 축적으로 글로벌 선주들의 신뢰를 확보해왔다. JMU·MHI 등 주요 조선사들은 소형·특수선 중심의 LNG 운반선 실적을 쌓으며, “안정성·운항 신뢰성”에서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수소·암모니아 벙커링 인프라 실증에 일찍 착수해 항만과 연계된 친환경 연료 체계를 시험 중이다. 선박 건조에서 한국에 주도권을 내줬지만, 연료 공급망·안전 표준을 장악해 장기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 중국: 가격 경쟁력과 내수 기반의 추격
중국은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을 기반으로 LNG 운반선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CSSC 산하 조선소들은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의 발주 물량을 기반으로 경험치를 쌓으며, ‘저가·대량 발주’라는 무기를 앞세워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중국은 아직 대형 LNG선 화물창 실증 데이터와 선주 신뢰 확보 측면에서 취약하다. 그러나 내수 시장에서 일정 규모의 실적을 확보할 경우, 한국 조선소들의 가격 우위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한국 전략: ‘K-LNG 화물창’ + ‘전환 연료 패키지’
한국 정부는 2028년까지 대형 LNG선 2척에 한국형 화물창을 탑재·실증하겠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자동화·소재 국산화·금융 패키지까지 지원해 실증-상용화-수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특히 LNG 화물창 기술은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액화수소·암모니아 등 차세대 연료 운송·공급 체계로 확장할 수 있다. LNG에서 검증된 극저온·내압 기술을 수소(-253℃)와 암모니아(-33℃)에도 적용해, 선박 + 연료공급시스템(FGSS) + 항만 인프라 패키지를 수출하는 구조로 진화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 글로벌 표준 선점의 관건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화물창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 과제를 동시 달성해야 한다.
△국제 인증·보험 승인 확보 – 선급 승인(AIP)뿐 아니라 P&I·Hull & Machinery 등 글로벌 보험 언더라이터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실증 데이터 공개 – 다양한 항로·해역에서 운항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선주·보험사에 공유해 ‘신뢰성’을 증명해야 한다.
△글로벌 컨소시엄 참여 – 해외 선주·터미널·에너지기업과 공동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해 국제표준(ISO·IMO·IGC Code) 제정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금융·정책 패키지 – 실증선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는 금융 지원(운항비 보전·보험 패키지)이 병행돼야 한다.
■ 전망: ‘K-LNG 브랜드’ 구축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한국 조선업은 단순 건조 역량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물류 표준 제시자로 도약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LNG 화물창 실증 성공은 곧바로 액화수소·암모니아 선박으로 기술 전이가 가능해, 미래 에너지 물류 시장의 패권을 잡을 기회가 된다.
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GTT 독점을 깨고 실증에 성공한다면, 일본의 신뢰성·중국의 가격 공세를 동시에 넘어서는 ‘K-LNG 브랜드’를 확립할 수 있다”며 “이는 단순히 조선업 경쟁력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국가 전략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 용어 설명 :
ㆍGTT(Gaztransport et Technigaz) = 글로벌 LNG 운반선 시장에서 보냉재(냉매) 원천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 본사는 프랑스 상레미레세브루즈(Saint-Rémy-lès-Chevreuse). GTT는 LNG 운반선에 적용되는 크라이오제닉(초저온) 막형 보냉 시스템을 개발·공급하며, 세계 주요 조선소와 해운회사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기술인 Mark III, NO96 등 다양한 막형 보냉 시스템을 제공한다.
GTT의 막형 시스템은 얇고 강인한 스테인리스강 또는 인바(니켈·철 합금) 막이 LNG를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에너지 효율성과 적재 용량 최적화 등에서 타 경쟁 기술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강화된 폴리우레탄 폼(R-PUF) 및 환경친화적인 HFO 계열 발포제 등 최신 소재를 도입하여, LNG의 자연 증발률(Boil-Off Rate)을 대폭 감소시키고 있다.
GTT의 2025년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회사는 매출액 32% 증가와 68%의 높은 EBITDA 마진을 달성했으며, 중장기적으로 LNG 운반선 발주시장이 1~2년간 숨 고르기 국면을 거친 뒤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고성장 국면을 맞아 전 세계 LNG 연료·운반 분야에서 약 25%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GTT 기술의 우수성은 △적재 효율 △건조·운영 비용 절감 △환경 규제 대응 △글로벌 인증기관의 신뢰성 등 여러 측면에서 인정받으며, 조선소 및 선주에 맞춤형 엔지니어링 서비스도 제공해 LNG 운반선 보냉 기술의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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