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세계 주요 화석연료 생산국들의 확대 계획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려는 국제적 목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톡홀름환경연구소(SEI), 국제지속가능발전연구소(IISD), 기후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가 공동 발간한 최신 ‘생산 격차 보고서(Production Gap Report 2025)’는 20개 주요 화석연료 생산국들의 정책과 계획이 '파리협정(Paris Agreement)'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평가 당시 주요국들의 화석연료 생산 계획은 1.5℃ 목표 대비 110% 초과 수준이었다. 그러나 불과 2년 사이 그 격차는 더 확대돼, 2030년까지 각국이 계획한 생산량은 1.5℃ 목표 대비 무려 120% 초과, 2℃ 목표 대비로도 77% 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석탄 생산은 2030년 예상치가 이전보다 7% 증가, 가스 생산도 5%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장기 전망이다. 2050년까지 현재 계획이 지속된다면, 화석연료 생산량은 1.5℃ 제한 경로 대비 4.5배, 2℃ 제한 경로 대비 2.5배에 달할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 지연이 추가 배출을 고착화(lock-in)시키고, 세계 최취약 계층에 더 큰 피해를 가할 것이라는 경고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멕시코, 나이지리아, 노르웨이, 카타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공, UAE, 영국, 미국 등 20개국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 화석연료 생산의 80%를 차지하며, 대부분이 여전히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화석연료 산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절반 이상의 국가가 천연가스 생산 확대를 계획 중이다. 호주,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은 가스를 “전환 연료(transition fuel)”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이를 단계적으로 줄이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은 부재하다.
반면 일부 국가는 기후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독일은 석탄 생산의 신속한 단계적 중단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은 2030년 목표치를 앞당겨 달성할 정도로 태양광·풍력 설비를 전례 없는 속도로 확대 중이다. 브라질과 콜롬비아도 에너지 전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글로벌 차원에서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보고서 공동 집필자이자 SEI 미국센터 기후정책 프로그램 디렉터인 데릭 브룩호프(Derik Broekhoff)는 “많은 국가가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 전략(fossil-fuel-dependent playbook)을 고수하고 있으며, 2년 전보다 생산 확대 계획이 오히려 커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동 저자인 SEI US의 에밀리 고쉬(Emily Ghosh)는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 수요 관리, 지역사회 중심 전환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추가 배출이 고착화돼 기후위기의 피해가 세계 취약 계층에 집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용어 설명 :
· 파리협정(Paris Agreement) =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국제 기후변화 대응 협정으로, 전 세계 196개국이 합의한 역사적 기후 합의다. 협정의 핵심 목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억제하고, 나아가 1.5℃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국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수립해 제출하고, 5년마다 이행 상황을 점검하며 목표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 적응, 기후재원 조성, 기술 이전 및 역량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가 참여하는 포괄적 체계를 마련했다. 파리협정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되, 구체적 감축량은 각국의 자율적 공약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공동 책임을 지되, 실행력은 각국의 정치·경제적 의지에 좌우되는 구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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