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아시아 지역에서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지만, 현재 탄소 가격이 기후 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가 1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이 탄소 가격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대부분 이산화탄소 1톤당 20달러 미만으로 책정되어 있다. 이는 2030년까지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 필요한 50~100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IEEFA 아시아 지속가능금융 책임자인 람나스 아이어는 "현재 아시아 지역의 탄소 가격 메커니즘은 국제 기후 공약에 부합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무상 할당이 주요 원인

보고서는 아시아 탄소시장의 낮은 가격이 과도하게 관대한 무상 할당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한국 등이 배출권거래제 초기 단계에서 무상 배출권을 대량 할당하면서 시장에 공급 과잉이 발생해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는 배출권의 50% 이상을 경매로 판매하는 유럽연합(EU)과 대조적이다. IEEFA 아시아 지속가능금융 분석가 슈쉬안 탄은 "EU는 점진적으로 경매 비율을 높여왔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무상 할당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부분의 탄소 가격제가 전력 부문에 집중되어 있어 건물, 농업, 교통 부문의 상당한 배출량은 여전히 가격이 매겨지지 않고 있다. 중국은 중공업으로, 한국은 국가 배출량의 70% 이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지만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적용은 여전히 부족하다.

Existing ETSs and Carbon Taxes in Asia_figure / IEEFA 제공
Existing ETSs and Carbon Taxes in Asia_figure / IEEFA 제공

단계적 가격 인상 방안 제시

연구진은 해결책으로 단계적 탄소 가격 인상을 제안했다. 아이어는 "톤당 15~25달러에서 시작해 매년 10~15달러씩 예측 가능한 인상을 통해 기업과 가계가 적응할 시간을 주면서 국제통화기금이 권고하는 신흥국 탄소 가격 하한선에 맞출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를 통해 탄소시장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2년 전 세계 화석연료 보조금은 1조2500억 달러에 달했으며,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탄소 가격제로 얻은 수익을 기후 프로젝트와 사회 안전망에 투입하고, 저소득층의 에너지 비용을 상쇄하는 데 활용하면 탄소 가격제를 진보적으로 만들어 빈곤과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부문별 차별화된 접근 필요

보고서는 부문별로 필요한 탄소 가격이 크게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같은 저비용 감축 기회에는 톤당 10~30달러 수준이면 효과적이지만, 고비용 부문은 훨씬 높은 가격이 필요하다.

철강 산업의 탄소 감축에는 미국 144달러, 인도 105달러, 중국 83달러의 탄소 가격이 필요하며, 지속가능 항공연료 도입에는 252~550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아이어는 "특정 적용 분야의 한계 감축비용과 관계없이 전 세계, 특히 아시아의 기존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 가격 체계는 급속한 탈탄소화 과제를 해결하기에 부적절하다"고 결론지었다.

아시아는 전 세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 지역의 탄소 가격제 개선이 글로벌 기후 목표 달성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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