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MW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 전경.
3.3MW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 전경.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그리스가 국가 차원의 수소시장 창출을 본격화하며, 자국 최초의 수소 관련 단독 법률(Law 5251/2025) 을 지난 7월 초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EU 재생가능 비생물기원 연료(RFNBO, Renewable Fuels of Non-Biological Origin) 규정을 반영해, 그린수소 생산의 인증 및 인허가 체계를 구축하고, 국가 보조금 집행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 제도는 수소생산자 인증서(HPC, Hydrogen Producer Certificate) 로, 개발자는 25년간 유효한 프로젝트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이는 환경 인허가 6개월 이내 완료, 설치 및 운영기한 24~36개월 내 준공, 전력망 연계 3년 내 계약 체결 의무 등 명확한 일정 기준을 수반하며, 국회 승인 없이 1회 연장 가능하다.

이로써 그리스는 유럽 내에서도 법제화된 수소 인증 및 보조금 체계를 갖춘 몇 안 되는 선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 EU 수소인증 정합성과 자국 인증기관 ‘DAPEEP’ 지정

새 법률은 특히 EU의 RFNBO 인증 조건에 맞춰, ‘추가성(additionality)’, 시간 상관성(temporal correlation), 지리 상관성(geographic correlation) 등을 충족하는 그린수소만 인증 대상으로 삼는다. 그리스 정부는 이를 위해 국가 보증기관인 DAPEEP을 인증기관으로 지정했으며, 전력망 전력을 사용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재생에너지 기반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의무도 함께 부과했다.

또한, 그리드 외 독립형(off-grid) 설비의 경우에도 실시간 모니터링 계약이 의무화된다. 이를 통해 전력출처의 추적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EU 정책의 방향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EU 보조금 프레임워크와 직접 연계…선도 프로젝트 가동

법률 5251/2025는 EU의 청정산업거래 국가보조금 프레임워크(CISAF, Clean Industrial Deal State Aid Framework) 와 법적으로 연계되어 있어, 그리스 정부가 자본투자(CAPEX) 와 운영비(OPEX) 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가능해졌다.

실제 사례로는 모터오일 헬라스(Motor Oil Hellas) 가 추진 중인 코린트(Corinth) 지역 50MW급 그린수소 프로젝트가 있다. 이 사업은 1억 1177만 유로(한화 약 180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유럽연합으로부터 승인받은 상태다.

또 다른 사례로, 헬레닉 수소(Hellenic Hydrogen) 가 추진 중인 아민타이오(Amyntaio) 지역의 100MW급 프로젝트도 초기 인허가와 EU 지원을 확보하며 사업화를 앞두고 있다. 이는 기존 화력발전 지역의 구조전환에도 기여할 수 있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 ‘유럽 내 수소법제 정합’ 선도국…한국도 주목해야

이번 법 제정은 그리스가 EU 수소경제 체계에 정합된 국가로 포지셔닝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향후 그리스가 지중해·발칸 지역을 중심으로 한 그린수소 수출 거점화를 추진할 경우, 유럽 내 다른 국가보다 우선적인 프로젝트 승인과 인증 획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기술표준 구체화 △송전 인프라 확보 △지방정부 간 인허가 이행력 확보 등의 후속 입법·이행역량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국 입장에서도 주목할 지점이 있다. 그리스는 재생에너지 연계형 수전해 기반 수소 생산 모델을 제도화한 최초 국가 중 하나로, 국내 ‘수소인증제’ 및 ‘수소특화도시’ 등 정책 설계 시 실질적 참고사례가 될 수 있다. 또한, EU 수출을 고려하는 국내 수소 프로젝트 입장에서도 DAPEEP 인증 기준은 전략적 분석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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