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도시 내 집단에너지 공급을 책임지는 열병합발전소가 전국 곳곳에서 ‘기피시설’로 낙인찍히며 건설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 화성진안 공공주택지구에 예정된 열병합발전소가 초등학교 50여미터 인접 부지에 계획되면서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 정치권은 물론 관할 지자체까지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이 지역 국회의원인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화성정)은 지난 24일 LH와의 면담에서 “주민과 지자체 동의 없이 위험시설을 설치하는 건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부지 지정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고, LH 측은 “주민들 우려에 공감하며, 대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같은 논란은 국토교통부가 2021년 발표한 ‘공공주도 3080+’의 일환인 화성진안 공공주택지구 사업(3기 신도시)과 맞물린 사안으로, 초등학교와 대규모 주거단지 인근에 열병합발전소가 계획된다는 사실이 지난 2월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에 큰 파장을 불렀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역시 학부모들과 직접 면담하며 “발전소 부지 이전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전 의원 또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행정의 기본 원칙”이라며 철회될 때까지 주민과 함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반월동 택지지구엔 이미 4000세대 이상이 거주 중이다. 인근 초등학교와 생활권을 공유하는 지역으로 발전소 부지지정 여부에 따라 후속 개발과 정주여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이서 LH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지역 필수시설이 ‘기피시설’로
이처럼 현재 운영 중이거나 계획 중인 도시형 열병합발전소 대부분이 주민 민원에 직면하고 있다. 인천 송도, 서울 마곡, 세종시 등 전국에서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단 한 곳도 조용히 건설된 (열병합)발전소가 없다”며 “이제는 주민 반발을 단순히 님비(Not In My Backyard)로 치부하기보다는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보상체계와 소통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발암물질 우려 △부동산 가치 하락 △소음 및 분진 피해 등을 반대 이유로 들며 “왜 우리 동네에만 이런 기피시설이 들어오느냐”고 항의한다.
특히 반월동의 경우, 이미 4000세대 이상이 거주 중인 대단위 주거지에 초등학교와 밀접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여론은 더욱 예민한 상황이다.

◇“열병합, 선택 아닌 필수..정부 개입으로 해결해야”
열병합발전(CHP, Combined heat and power)은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고효율 에너지 시스템으로,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대체불가 기반시설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대중 인식의 괴리와 제도 미비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는 “열병합은 난방과 온수 없이 살 수 없는 도시 인프라”라며 “지자체나 사업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반대 민원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구조상 설계 단계부터 정부와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음에도, 민원 책임은 고스란히 사업자에게 떠넘겨지는 현실도 지적된다.
또 “소각장이나 하수처리장에 비해 열병합에 대한 보상체계가 현저히 열악하다”며 정주 여건을 고려한 지역 맞춤형 지원정책 도입도 요구되고 있다.
◇결국 필요한 건 ‘설득 가능한 근거’와 ‘제대로 된 보상’
전문가들은 열병합발전소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배출량과 환경영향에 대한 과학적 정보 공유, 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보상과 이익 공유 메커니즘 마련, 무엇보다 정치권과 정부가 공통의 메시지로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용기 의원은 “해당 사업이 지속될수록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며 “주민 동의 없는 일방적인 추진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 끝까지 주민과 함께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LH가 ‘부지 철회’라는 결정을 내릴지, 아니면 설득 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이번 사안의 향방을 가를 중대 기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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