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시대에 적합한 난방 방식으로 평가받는 열병합발전(CHP, Combined Heat & Power) 시설이 전국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신규 건설은 물론, 기존 시설 리뉴얼(renewal)조차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다. 이뿐만이 아니다. 열병합발전소를 포함안 각종 사회 필수 기반시설이 ‘기피·혐오시설’로 낙인찍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정치인과 지자체가 이를 앞장서 조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로 인한 사회적 낭비와 갈등 비용은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시설 좌초에 따른 에너지·환경 인프라 공백은 물론, 지역간 불신과 형평성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의 방치가 아닌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공 갈등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제도적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장의 현실을 짚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열병합발전소가 들어오면 애들 건강은 누가 책임지나요.”
지난 4월. 경기 화성시 반월동 진안마을 공공주택지구 내 한 초등학교 인근에 들어설 예정인 열병합발전소 건설 반대 주민 간담회에서 A(학부모)씨는 “진안신도시 지역난방 공급에 왜 반월동 주민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냐”며 반대 투쟁에 나선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A씨는 “발전소 옆 반월초등학교는 150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면서 “수천 세대가 들어서 있는 공동주택 밀집 지역에 열병합발전소를 짓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열병합발전소(복합화력)가 건설될 경우 “수백미터 굴뚝에서 환경오염이 배출되고, 미관상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소음 피해 등 직간접적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 강조한다.
이 지역 국회의원인 전용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주민들이 구성한 반월동 열병합발전소 건립 결사반대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는 한이 있더라도 주민들과 함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전 의원은 지난 7월24일 열병합발전소 시행 주체인 LH와의 면담에서 “주민과 지자체 동의 없이 위험시설을 설치하는 건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부지 지정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며 LH로부터 “주민들 우려에 공감하며, 대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을 받아냈다.

‘기피시설’ 낙인...전국 곳곳서 극한 마찰
서울 강서·마곡지구에 들어설 ‘서남집단에너지시설 2단계(마곡열병합발전소)’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인근 초·중학교와 아파트 단지 사이에 위치한 이 부지는 10년 가까이 ‘반쪽 발전소’로 방치 돼왔고, 주민들은 그 이유를 ‘건설 반대 민원’에서 찾는다.
강서구 주민들은 발전소가 들어설 경우, ‘벤젠’이나 ‘일산화탄소’ 등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우려하며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역시 주거 밀집 지역에 신규 발전소를 짓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지역 서울시의원인 김춘곤(강서4) 의원은 “서울시는 발전소 추가 설치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우선 노후화된 목동 열병합발전소 시설을 교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목동 열병합발전소)시설 교체가 시민 혈세를 줄이고 (구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3월 GS파워가 운영하는 경기 부천열병합발전소 현대화사업 주민설명회는 지역민 반발로 무산됐다. 해당 설명회는 직전까지 몇차례 연기와 무산을 거듭한바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부천열병합발전소 현대화사업이 타지역 열공급을 위한 증설이고 발전용량 증가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 등 주민 환경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같은 해 8월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에 새로운 쓰레기소각장(자원회수시설)을 짓기로 결정하자 구민은 물론, 마포구청장이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는 기존시설 부지 지하에 1000톤 시설 용량 규모의 새 자원회수시설을 2026년 말까지 짓는다는 구상이다.
법적 분쟁으로 비화된 해당 논란은 같은 정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강수 마포구청장 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정보 전달 역할에 충실하라(오 시장)”, “마포구청장은 서울시장 하급직원이 아니다(박 구청장)”며 설전을 주고받았다.
열병합발전, 소각장, 하수처리장, 신재생에너지 단지, 폐기물 처리시설, 송전탑...단어만으로도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른바 ‘기피시설’이 전국 곳곳에서 극한 마찰의 중심이 되고 있다.
생활 필수 인프라가 주민 반발로 발이 묶이는 상황이 전국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대개는 님비(NIMBY) 현상으로 치부되지만, 근본 원인은 “왜 우리 동네여야 하느냐”는 정당성의 결핍이다.

‘이재명 식 문제 해결 방법’ 주목해야
특히 지역난방의 핵심 인프라인 열병합발전소는 “친환경·고효율 분산전원”으로 정부가 앞장서 확산을 유도하지만, 주민 정서는 “소음과 악취, 건강 악영향이 우려되는 위험시설”이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반대 명분은 △24시간 가동에 따른 저주파 소음 △굴뚝 배출물의 건강 영향 △지역 부동산 가치 하락 등이다.
‘정보 비공개’도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 불신, ‘피해 발생 시 책임 주체 여부 불분명’ 등을 내세우며 자신들은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며 ‘설득과 설명’을 요구한다. 기피시설일지라도 합리적 근거와 보상이 주어진다면 충분히 논의해 볼 수 있단 얘기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하면, 지금은 국가 차원의 ‘수용성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란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 식 문제 해결 방법’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선7기 경기지사 시절인 지난 2018~9년 ‘깨끗한 자연을 도민들의 품으로 돌려주자’는 목표로 하천 계곡의 불법 점유 영업 행위 근절 대책을 추진했다.
경기도는 당시 포천시 백운계곡 등 도내 198개 하천과 계곡을 대상으로 평상과 방갈로 등 불법 시설물을 점검하며 상인들과 수십 차례 회의를 거쳐 불법 시설물 자진 철거에 나섰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이 난제는 ‘공공성’과 ‘상생’이라는 두 축으로 풀려나갔다. 당시 민원 현장에 직접 뛰어든 이재명 지사는 “공정한 규칙 앞에 예외는 없다”는 원칙과 함께 이익의 공정한 분배라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평상·방갈로를 철거당한 계곡 상인들은 생계를 잃는 듯했지만 경기도는 푸드트럭 임대, 지역상권 재편, 문화관광 콘텐츠 지원 등으로 이익을 함께 나누는 방식을 동시에 추진했다. ‘정의로운 철거, 공정한 보상’이라는 해법이 작동했던 셈이다.
송곳 같은 행정력에 더해진 건 ‘설득이 아닌 참여, 계도보다 합의’라는 이재명식 민원해결 방법이다. 이해당사자를 갈등의 상대가 아닌 협의의 주체로 초대한 이 방식은 오늘날 다양한 에너지·환경 갈등 현장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설득 아닌 참여 통한 합의 형성”
이 같은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와 기업들이 주목한 건 ‘참여’와 ‘공유’다.
예컨대, 경기 고양시의 환경에너지시설(소각장)은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주민참여형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고양시는 시설 주변 마을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 커뮤니티 협의체를 구성하고 주민감시요원을 선발해 폐기물 반입과 시설 운영을 주민이 직접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
주민들은 협의체를 통해 운영과 환원 방식 등을 논의하며 공청회 등 공식적인 소통 창구도 활용되고 있다. 이런 참여 구조는 장기적인 지역 환원과 실질적인 주민 권한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경기도의 계곡 정비 사례처럼, 주민의 피해와 불편을 단순 보상이 아닌 장기적 발전기회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즐겨 쓰던 표현대로 “민원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민원을 정책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일부 지방정부가 이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도 보인다. 충남 태안군은 태양광·풍력 발전 사업자와 협약을 맺고 발전 수익 일부를 ‘주민참여형 에너지기금’으로 환원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주민들은 해당 기금을 지역 의료시설, 교육 인프라, 노후 주택 에너지 개선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참여예산 형태로 직접 집행한다. 전북 고창, 강원 삼척 등도 비슷한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시설 유치 찬반을 넘어, 어떻게 유치할지를 논의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라면, 그로 인한 혜택도 우리 모두에게 돌아와야 한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설득이 아니라 참여를 통한 합의 형성”이란 이재명式 민원 해결법은 더 이상 특정 인물이나 시기의 사례가 아니다. 공공시설과 환경 인프라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지금, 정의와 이익을 함께 실현하는 정책 디자인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유일한 출구일지 모른다.
이처럼 에너지·환경 인프라가 주민 반발로 좌초되는 사례가 속출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단순히 시설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정보 비대칭, 소외된 결정구조, 불공정한 보상체계라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갈등해소 아닌 이익 공유 통한 신뢰 구축이 핵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이 더는 선택이 아닌 시대. 전문가들은 “더 빠르고 강력한 정책보다 더 신뢰받고 수용 가능한 정책이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이재명식 해법’이 제시한 방향처럼, 핵심은 ‘갈등 해소’가 아닌 이익 공유를 통한 신뢰 구축이다.
이를 위해 △정보 공개와 사전 공론화, 제도화 △지역공동체 이익 공유 시스템 구축 △국가 차원의 개입과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이 대안이 현장 중심으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종합하면, 먼저 기피시설에 대한 계획 초기 단계부터 주민 참여를 제도화하는 게 시급하다. 현재 대부분의 시설은 인허가 직전에서야 비로소 주민과 접촉한다.
그러나 이재명식 계곡 정비 사례처럼, 초기부터 이해관계자 위원회를 구성하고, 갈등 중재 전문가를 배치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적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분석이다.
실제 일부 지자체는 기후·환경 기반시설 유치 시, 사전공론화 절차를 조례로 명문화하고 있다. 정보 비대칭을 없애고, 주민이 ‘사후 통보 대상’이 아닌 ‘결정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역주민과의 이익 공유 구조도 설계해야 한다. 이재명식 계곡 정비에서처럼 상인들의 생계를 푸드트럭, 문화관광 인프라 등으로 재설계한 방식은 기피시설 문제 해결에도 적용 가능하다.
일부 지자체는 발전수익의 일정 비율을 지역 기금으로 환원하거나, 주민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고 감시하는 구조를 도입해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사회적 수용성’ 연료 필요"
이같은 ‘주민참여형 커뮤니티 혜택 시스템’은 단기 보상보다 지속가능한 상생 모델로 평가받는다. 가장 중요한 건 중앙정부의 역할 강화다. 지금까지 기피시설 문제는 사실상 지자체의 ‘운’과 ‘정치력’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지역 간 불균형과 책임 회피로 인한 갈등의 지역화가 심화되면서, 산업부·국토부·환경부 차원의 표준 수용성 가이드라인이 절실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상기준, 공론화 방식, 이익 공유 모델을 국가 차원에서 표준화하고 갈등이 격화될 경우 대통령 직속, 또는 총리실 산하의 ‘중앙 갈등조정위원회’를 설치해 개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거대한 행정력이나 자본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 기반엔 시민 동의와 참여, 즉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연료가 필요하다.
이재명식 계곡 정비가 보여준 것처럼, 문제를 단순히 제거하는 방식은 갈등을 되풀이할 뿐이다. 정의를 기반으로 한 조율,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 투명한 정보 공개와 참여만이 해법이다.
갈등을 줄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신뢰를 키우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 사회가 함께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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