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서울시의회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구조적 부실과 대응 부족을 정조준하며 전담기구 설치와 자발적 탄소시장 선제 참여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의 연평균 기온이 100여년 사이 4도 이상 상승한 가운데, 기후정책을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닌 복지이자 산업정책이며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제332회 임시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시의회 송재혁 도시계획균형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 노원6)은 서울시의 기후위기 대응 시스템 부재를 강하게 비판하며, 안정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을 위한 전담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송 의원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환경정책일 뿐 아니라 약자와 동행하는 복지정책이자 지속가능한 성장 토대를 마련하는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하며 “서울시는 중장기 목표 설정과 사업 평가·환류를 위한 시스템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부분의 기후담당 공무원이 1~2년 단위 순환보직으로 바뀌기 때문에, 목표를 설정한 사람과 실행·평가하는 사람이 달라진다”면서 이로 인해 “정책 일관성과 책임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후위기 대응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안정하게 운영할 수 있는 전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서울 연평균 기온은 1908년 10.4도에서 2024년 14.5도로 4.1도 상승했으며, 과학계는 1.5도 상승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경고해왔다.
송 의원은 “이제는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더 더운 여름이 일상이 될 수 있다”면서 그 피해가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탄소시장 선제 대응해야”...자발적 감축체계 필요성도 제기
기후위기 대응은 산업과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RE100,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정책 변화에 기업과 도시가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에 옥재은 의원(국민의힘, 중구2)은 서울시가 자발적 탄소시장(VCM: Voluntary Carbon Market)에 선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옥 의원은 “NDC 달성 여부가 국가 신뢰도와 경제적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규제시장만으로는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렵다”며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연간 1억~1.5억 톤 감축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존 국제 인증 크레딧은 신뢰성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 기반의 탄소크레딧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과 AI 기반 감축 프로젝트를 통해 발행되는 디지털 탄소크레딧은 투명성과 신뢰성을 갖춘 감축 수단”이라며 서울시가 ▲기후대응기금과 ESG 예산을 활용한 탄소크레딧 직접 구매, ▲민간 혁신기술과 연계한 감축 프로젝트, ▲디지털 기반 자발적 탄소시장 생태계 구축 등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기후대응은 선택 아닌 생존전략”...지방정부가 선도해야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를 ‘기후위험’이 아닌 ‘기후불안정성’의 시대적 변화로 인식하고,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응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시의회 내에서도 “기후위기를 총괄할 컨트롤타워 부재, 기초 데이터 부족, 탄소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시장기제 미비 등 구조적 허점을 직접 지적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옥재은 의원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2030년까지 40%인데, 지금과 같은 속도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자발적 탄소시장 참여를 제도화하고, 디지털 기반 감축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기업도, 시민도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나서고, 중앙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면, 탄소중립 사회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더 이상 부처 간 분절된 사업이 아닌, 총체적 전략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방정부의 역할이 국가의 기후정책 신뢰도를 결정짓는 시대, 서울시의회가 제안한 구조적 개혁이 중요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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